“남들 알아주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일 분명 있어”

▲ 재능기부 비영리 단체 ‘끼친’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광 대표를 만나고 왔다. 작은 변화가 모아지면 세상이 변한다고 믿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홍금표 기자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한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 ‘끼친’은 끼를 나누는 친구들의 줄임말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재능기부 비영리 단체이다. 대기업 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뒤늦은 고민을 했다는 ‘끼친’의 김영광 대표는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사회적 사업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그는 한 순간이라도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재능’이라는 단어가 보통사람들에게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이에게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메말라 버린 우리시대에 사회에 대한 그의 관심이 주는 선한 기운이 전해지길 바라며 25일 <시사포커스>가 김영광 대표를 만나보았다.

“자신의 돈도 쓰고 시간도 내어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 ‘끼친’이 아직은 낯선 독자들을 위해 소개 한다면?
A: 끼친은 끼를 나누는 친구들의 약자이다. 재능의 순 우리말이 뭘까 고민하다 찾게 된 단어가 ‘끼’이다. 끼친이란 이름 그대로 사람가진 재능을 나누는 모임이다.  물질적인 기부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부가 안 되는 사람도 있어 재능을 나누고자 만들게 된 비영리 단체다.

 Q: 끼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처음은 글 하나로 끼친이 시작됐다.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써보자는 취지였다. 기부활동을 위해선 누군가는 그 활동이 가능하도록 바탕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운영상의 한계도 느꼈다. 참여자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라 시간 여유도 충분치 않았다. 단체가 커지며 꿈도 자연히 커졌다. 좀 더 의미 있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욕심을 버렸다. 그저 누구나 주어진 자리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며 주말에 시간을 쪼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Q: 평범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나? 몇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나.
A: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참여 할 수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대학생만 되도 전공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재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끼친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청소년이 독거노인들과 말벗을 해주는 것도 넓은 의미의 재능기부라고 생각한다. 현재 온라인 카페 회원은 1000명이 넘는다. 그리고 프로젝트별 팀이 따로 있다. 프로젝트에서 활동을 하는 인원은 100명에서 150명 정도다. 처음에 6명에서 시작해 이렇게 늘었다.

Q: 끼친이 하고 있는 재능기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A: 대상에 따라 다른데 처음에 시작한 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혜택보다 정서적 아픔들이 있었다.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들과 놀아 주자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아이들의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놀아주고자 ‘드림하이’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이제는 재능기부자가 많아져 할 수 있는 기부가 많아졌다. 더불어 진로 멘토링도 시작했다.

▲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면 돈도 많이 들고 장벽이 높은데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만들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끼친

청소년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만 가라고 하는데 막상 대학 진학 후 뒤늦은 후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현직자들 즉 인생의 선배들을 만나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진로 멘토링을 해주는 ‘잡수다’ 프로그램도 만들어지게 됐다.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아이들의 꿈을 찾게 해주는 게 목적이다. 아이스하키 재능 기부팀도 최근 만들어졌다. 이스하키 국가대표였던 분이 함께한다.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면 돈도 많이 들고 장벽이 높은데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만들게 됐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Q: SNS 문구가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던데 끼친도 같은 맥락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A: 처음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진 않더라. 이건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현실을 인정했다. SNS문구도 공감한 내용으로 세상을 점점 바꾼 소시민을 연구했던 연구자가 내린 결론이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니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 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재능기부자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화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니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 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재능기부자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화 할 것이라고 믿는다. ⓒ끼친

Q: 대기업 LG에서 일하다 현재 동그라미재단에서 일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대기업을 그만둔 계기가 있다면?
A: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주고 안정적이고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명 있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고학생이라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했기에 진로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대기업에 들어왔으나 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하나의 부품 같아 보였다.

나사 하나가 빠지면 다른 나사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삶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 끝에 끼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연히 사회적 기업이란 걸 알게 되었고 용기를 냈다. 내가 두 번 정도 죽을 뻔 한 사고가 있었다. 그런 일을 겪고 보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인데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순간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Q: 끼친 활동으로 보람을 느낀 순간은?
A: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변화가 눈에 보인다. 일반적으로 학교와 연계되면 1년 정도를 아이들과 만난다. 소외된 아이들은 티가 난다. 말수도 없고 어둡다. 그랬던 아이들이 끼친 활동을 하며 많이 밝아졌다. 밝아진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끼친 활동의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진로 멘토링의 경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멘토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곤 한다. 그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작은 힘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직접 뜬 목도리를 짜서 선물로 준 아이도 있었다.

▲ ⓒ끼친

Q: 끼친에 동참하고 싶다면?
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네이버 카페를 통해 가능하다. 그리고 카페를 보면 카테고리가 활동별로 있다.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Q: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A: 1인 프로젝트를 몇 개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온 국민이 무기력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무기력함 속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헌법 1조가 새겨진 팔찌를 만들게 됐다. 팔찌는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주로 안산지역 청소년들에게 나눠준다. 성인에겐 판매를 한다. 팔찌 수익금은 다시 아이들을 위한 팔찌 제작에 쓰고 있다. 끼친이 주로 그룹이다 보니 기동성이 떨어졌다. ‘삼촌이 간다’는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1인 진로 멘토링 프로젝트다. 원하는 학교면 어디든 가서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많다. 배움의 목적을 실천하는 학교도 세우고 싶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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