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입국한 베트남 여성 에이즈 감염사실 드러나

한국 남성과 혼인관계를 맺고 비자를 신청한 베트남 신부들이 에이즈와 성병 등 각종 질환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국-베트남 친선병원은 지난 2005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한국 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앞둔 하노이지역 여성 532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최종 진단을 거부하고 도주해 확진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에이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국제결혼 알선업체에 따르면 업체의 소개로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은 결혼 전에 예비 신부의 국가를 방문해 부부관계를 맺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약혼자인 한국 남성들과 건강검진 전에 이미 부부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해당 남성들이 에이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당국은 에이즈에 감염된 베트남 여성 2명과 부부관계를 가진 한국남성들의 신원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무방비 속 국제결혼 외교통상부 자료에서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비롯한 각종 성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입국 전에 체계적인 건강진단을 요구하지 않고 비자발급에도 관련의 서류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운영하는 소규모 한국병원이 있는 베트남 하노이 지역의 경우 그나마 지난해 6월부터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의 비자발급에 건강검진서를 첨부토록 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이나 국가의 경우는 아예 건강검진서를 요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현지 병원에서 발급한 검진서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에서 한국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한 여성은 4,200여명으로 이번해보다 훨씬 많은 수치인데 당시 어떠한 질병을 가지고 들어왔을지 분명치 않아 그 잠재적인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베트남 여성의 경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건강진단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드러났다.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비인가 사설 결혼회사들 또한 윤락업소에서 일했던 여성들을 소개시키기도 해 농촌총각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결혼중개업법을 추진하고 결혼 당사자간 건강진단서 의무화, 국제결혼 알선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의 제도화 등 여러 대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논란 진압에 나섰다. ▶비자발급 제한, 인권단체 비판의 목소리 그러나 에이즈로 밝혀진 여성들을 불입국 처리시키면서 정부는 인권 문제로 또 한번 곤욕을 치루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혼인비자 신청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을 보유했다고 진단된 69명의 베트남 여성들에게 비자발급 신청을 제한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외국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독일과 일본의 경우는 에이즈 감염을 이유로 혼인비자의 발급을 제한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설사 배우자가 감염자라 해도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국을 허용한다고 조사됐다. 이 같이 외국의 경우 일단 입국을 허락한 후에 치료와 상담의 지속적인 관리 조치를 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입국하는 외국인들 중에서 연예. 스포츠 활동 목적으로 90일 이상 장기 체류할 경우 반드시 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에이즈 감염자로 드러나면 입국불허 조치를 내리고 있어 외교나 인권차원에서 문제를 야기시킬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내 인권단체들은 에이즈 감염 등을 이유로 베트남 여성들에게 혼인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정부당국이 ‘에이즈’와 ‘가난한 나라’라는 두 가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만약 미국 여성이라면 비자발급을 거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제인권 보호에 비춰볼 때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한국정부의 비자발급 불허조치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비자발급에 무슨 국제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각 국가의 주권사항"이라며 "비자를 발급해주는 국가가 정책차원에서 비자발급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통한 질병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결혼정보 업체와 여행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에이즈 예방 조치를 강구하도록 지도하고, 되도록이면 결혼 당사자끼리 건강 진단서를 교환하도록 계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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