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재의 백련

가난한 밥상의 축복

 

필자는 학부에서는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경영학을 부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생물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필자에 대해 사람들이 수산 전문가로만 생각하기에 총체적으로 생명산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공부를 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국회에서 이 분야의 대표의원으로 활동했다. 덕분에 식품의 생산에서 부터 유통과정까지를 세세히 알고 있기에 권장컨대 건강을 위해서는 입맛 보다 가난한 밥상을 권하고 싶다.

가난한 밥상이란 산해진미 보다는 흔한 미역과 김 그리고 거친 꽁보리밥과 퍽퍽한 현미밥일망정 무공해 밥상이다. 갖가지 토핑과 치즈를 곁들인 고구마 피자가 아니라 찐 고구마를 권하며, 기름에 튀긴 감자보다는 구운 감자를, 버터에 튀긴 팝콘이 아니라 찐 옥수수를, 마요네즈와 케첩이 뿌려진 샐러드 보다는 된장에 상추쌈이 더 건강에는 좋다.

부드러운 것 보다는 거칠고 단단한 것, 양념이 많이 가미된 것 보다는 원재료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담백한 맛을 즐길 줄 알아야만 식품첨가물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다. 보기에는 가난한 밥상이지만 실은 우리 몸에 누적되어 있는 독소를 배출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축복의 밥상인 것이다.

 

올 여름은 연잎밥을 실컷 먹었다. 도시에서는 사찰음식전문점이나 고급 한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시골에서야 연잎밥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여름철에도 밭에 나갈 때 연잎이나 대나무 잎에 밥을 싸가지고 가면 밥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예전 어머님들이 여름날 먹다 남은 보리밥을 대나무 소쿠리에 넣어서 부엌에 매달아 놓으신 것과 마찬가지다. 연잎이나 대나무에는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서 밥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 거친 현미밥이나 잡곡밥도 연잎밥으로 만들어 냉동해두었다가 미리 꺼내서 한 개씩 데워 먹으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연잎은 하나도 버릴게 없어서 연근조림, 연잎 밥, 연꽃 밥, 연꽃차, 연잎 차, 연잎으로 만든 부침, 연잎 막걸리, 연잎 삽겹살 구이 등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며, 연잎과 함께라면 별다른 식재료가 없어도 밥상의 품격이 높아진다. 아마도 연잎이 가지고 있는 고결성 때문인 것 같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물만 품고 있다가 조금만 넘쳐도 금세 머리 숙여 미련 없이 부어 버린다. 비움과 낮춤이다. 비워야 채우고 버려야 얻는다. 차면 기울고 비면 찬다. 모든 사물은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진리를 보여준다. 욕심을 버리고 겸허하게 살라는 맑은 가르침을 준다. 소낙비가 내려도 연잎은 가볍다. 물을 비우면서 연잎에 묻었던 먼지 때를 씻겨내기에 연잎은 늘 맑고 깨끗하다.

연잎은 7~8월에 백련 잎으로만 채취한다. 이때가 가장 약성이 좋다고 한다. 그 이전에 채취하면 풋내가 나고, 그 이후에 채취하면 거뭇거뭇해서 보기에 좋지 않다. 연잎은 두껍기 때문에 그대로 접어서 냉동하면 부서지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씻어 하룻밤 물기가 마르도록 펴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손수건 접듯이 한 장씩 접어 차곡차곡 냉동해 두면 일 년 내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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