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3대 총리로 열린우리 한명숙 의원을 지명했다고 24일 이병완 비서실장이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국정운영의 풍부한 경험을 살렸으며, 국회에서 여야 타협을 주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며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전향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을 불러 의견을 들을 정도로,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한 의원을 총리로 선택했다. 한 지명자는 국회 청문회와 인준표결을 통과할 경우 고건,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참여정부의 세번째 총리이자,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된다 ◆한명숙, 누구인가? 한명숙 의원은 재야파 출신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여성부·환경부 장관을 지낸 재선(16, 17대) 의원이다. 여성계 대표성, 국정운영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온화한 성품으로 매사에 합리적이 고 조정능력이 탁월하지만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은 재야 출신답게 원칙론을 견지하며 단호한 편이다. 한 의원은"박 대표가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 일언반구 해명과 사과도 없이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유신독재 시절로 이 나라를 되돌리고 싶은 것인가"고 따졌다. 이 는 그가 살아온 경력과 무관치 않다. 평양 출생인 한 의원은 한 의원은 이화여대 3학년 때까지 자신의 표현대로 ‘세상물정에 눈먼 청맹과니’였다. 하지만 3학년 때 이대와 서울대의 기독교 연합서클인‘경제복지회’활동을 하면서 남편(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을 만난 뒤로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는 1967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 결혼했으나,결혼 6개월 뒤 남편이 신영복 교수 등과 함께 ‘통혁당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13년간 복역)되면서 재야운동가로 변신했다. 1974년부터는 크리스챤아카데미 여성분과 간사를 맡아 여성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79년 아카데미 간사들이 교육생들에게 용공교육을 시켰다는 이른바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이 터져 이우재 현 한국마사회 회장 등과 함께 구속돼 2년간 복역해야 했다. 부부가 동시에 감옥에 가 있었던 셈이다. 석방 뒤 재야운동에 더욱 열정을 쏟았고 1990년대에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이끌며 재야 여성운동계의 맏언니 역할을 해냈다. 가족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재야운동을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김 전대통령이 1995년 정계에 복귀,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한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당시 남편과 함께 일본에 있던 한 의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4년 뒤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면서 한 의원을 영입, 16대 총선때 전국구로 배지를 달도록 배려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첫 여성부 장관을 지낸 데 이어 노무현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도 역임했다. 17대 총선에선 야당 초강세 지역인 경기도 일산갑 지역에 출마,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관록의 홍사덕 전 의원을 물리쳐 저력을 과시했다. ◆"한명숙의원,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용한 말투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녔지만 야무진 성격으로 강단이 있다는 설명이다. 의원실의 한 직원은 "나이 어린 보좌관을 부를 때도 존대를 쓰는 것을 보면 어머니 같으면서도 어쩔 땐 무섭다"고 말했다. 측근 보좌관들이 전한 한 의원은 '부드러운 리더십'이 최대 장점이다. 두루두루 원만하다는 것, 그래서 대야관계에서 공격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이 당적 문제로 중립성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 "지역구 의원이라 당적을 버릴 순 없다'면서도"지난번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때 위원장을 맡아 그 중요성을 잘 안다"고 보좌진들은 전했다. 재산은 4억 정도로 현재 30평형대 빌라(전세)에서 산다. 가족관계도 단촐하다. 남편은 박성준 성공회대 겸임교수로 NGO활동에 적극적이다. 하나 있는 아들은 현재 군 복무 중이다. 한 의원측의 보좌관은 "총리가 되면 책임총리에 관리형 총리를 혼합한 통합형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후반기인 만큼 일을 만들기보다 관리할 것이 많다는 해석이다. 최근엔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평양 태생으로 이산가족이라고 한다. 이념성향과 관련, 보좌관들은 한 목소리로 '중도개혁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6개월간 사회양극화 문제를 연구하면서 성장과 분배에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전언이다. 성장이 우선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성장 없는 분배 없다는 풀이다. 기본적으로 신성장동력 창출을 경제회복의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 당내에서 특정계파에 소속돼 있지 않고 중립적이다. 전임 총리를 낙마케 한 골프는 전혀 치지 않고, 퇴근 후 산책하는 것이 주된 운동이다. ◆첫 여성총리후보' 총리실 반응 한명숙 의원이 첫 여성총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총리실에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상 전 총리서리의 경우 지난 2002년 7월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에 임명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의 국적문제로 낙마해 첫 여성총리 탄생이 좌절됐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의원은 여성부와 환경부 장관을 지낸 4년간의 국정경험이 있고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해 총리로서 조정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분은 여성 운동계의 대모로 통할 만큼 오랜 기간 재야 여성운동을 펼치며 여성의 권익 향상에 기여했다"며"정부 내에서도 여성권익이 향상될 것이며 동시에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첫 여성총리 탄생이 참여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끌어 온'책임 총리제'나'분권형 국정운영'에는 힘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견해도 나왔다. 정부 내 한 관계자는 "한 의원이 장관으로서 무난하게 일을 처리해 오기는 했으나, 어려운 현 상황을 타계할 능력까지 있는 지는 미지수"라며 "당과의 정책 협의 뿐 아니라 국정 장악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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