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미취학 남자아이를 둔 집이라면 또봇 때문에 한번쯤 고민을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은 최근에 14기가 끝났다고 하니 한번 상영되고 조용히 사그라지는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분명 차별점이 있는 것 같다.

애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계속 상영된다는 것은 부모들로서는 그때만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어 좋지만 또봇 완구를 사달라고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싸다고 하는 인터넷 쇼핑몰 몇 곳을 뒤지고 뒤져봐도 작은 ‘미니’ 시리즈는 8000원대이고 일반형은 3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나도 아니고 시리즈마다 나왔으니 전체 모델을 다 산다고 하면 몇 백만 원은 될 듯하다.

그런데 왠만한 가정에서는 또봇을 몇 개는 가지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섬뜩한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또봇을 가지고 놀던 둘째 아이 덕에 또봇을 처음 접한 기자는 쉬는 날이면 또봇을 자동차로 변신시켰다가, 다시 로보트로 그리고 또다시 자동차로 변신시켜야만 했다. 그야말로 또봇을 아이가 가지고 노는지 내가 가지고 노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변신을 시키면서 느꼈던 점은 ‘뭐가 이리 어렵지’와 ‘구겨 넣고 밀어 넣고 하려면 애들은 못하겠네’라는 생각이었다.

또봇은 변신 과정이 복잡해 몇 번을 외워도 쉽게 외워지지 않았다. 거기에 틈이 보이지 않도록 정확히 들어맞아야 하다 보니 당연히 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미취학 아이가 가지고 놀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나마 튼튼한 편이라 부품이 빠지지 않았지만 둘째 아들 친구들 중에는 또봇이 망가져서 가지고 놀지 않겠다며 새것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적지 않았다. A/S가 가능해 맡길 수도 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수리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애꿎은 부모들은 아이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A/S를 고객만족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최근 TV의 고발프로그램에까지 등장했다.

결국 또봇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봇을 만드는 영실업에 대한 기억은 ‘패크맨’이라는 게임기부터가 시작인 듯하다. 영어발음 ‘팩맨(Pac-Man)’을 일본 제작사가 부르는 그대로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패크맨 하나만 있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을 만큼 결코 싸지 않았다. 그리고 구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패크맨을 가진 친구는 자연스럽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영실업은 그동안 완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고 생각한다. 애착과 끈기가 없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가계에 부담을 주고, 고객만족을 뒷전으로 생각한다면 꿈과 희망은 금새라도 분노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잘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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