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다툼에 나몰라라 버려진 개 사육장,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 추운 날씨에 허덕이며 굶주림에 지친 개들이 온갖 오물로 뒤섞인 사육장 안에서 슬픈 눈동자를 굴리며 낑낑거린다. 강제이전 보상금을 발단으로 구청과 개 사육장 주인이 갈등을 빚으면서 지옥같은 환경에 방치되어진 수많은 개들이 그래도 사람의 정을 잊지 않았는지 고개를 내밀며 자기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이곳 개 사육장의 처참한 광경이 방송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인간의 무관심과 잔인함에 가엾게 쓸쓸히 죽어가야만 했던 개들을 안타까워했다. 이제서라도 그들의 영혼이 위로받길 기도하면서 처벌 서명운동과 모금을 모으고 있다지만 그저 잠깐 세상의 빛을 보며 지옥의 현장에서 머물다간 그들의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동물학대의 지독한 현실을 보여주며 개들의 ‘아우슈비츠’라 불리울 만큼 끔찍했던 아비규환의 현장을 무거운 마음으로 찾았다. ▶주인과 구청의 이익다툼에 죽어간 개들 지난 5월 인천시 남동구청 직원들은 장수동에 있는 개 사육장에 대한 행정처분을 집행하기 위해 노재출 씨가 운영하는 개사육장을 찾았다. 구청이 처음 이 개사육장을 찾았을 때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냉장고 속에는 수백마리의 개의 사체가 있었고 닭장만한 공간의 우리 속에는 대여섯 마리의 개들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갇혀있었다. 또한 배설물들은 치우지 않아 1m이상 쌓여있어 악취가 심하게 진동해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 견사가 위치한 땅이 구청의 구획정리 부분에 편입되면서 2005년 5월 구청 측은 무허가 견사 강제 이전이라는 행정집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씨가 이를 공탁금 3,400만원의 비용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거부하고 나섰고 이에 구청은 임시 사육장을 만들고 개들을 옮겼으나 옮겨지면서 제대로 돌보아지지 않은 개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구청이 강제이전하면서 동물단체나 시민단체로부터 자문을 구하지 않아 당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나 바람막이조차 간이로 설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동물들을 격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실제 개들은 싸워서 다치거나 죽어나가기도 했다. 이에 노씨는 강제로 견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950여 마리 가운데 100여 마리밖에 안 남았다고 주장하며, 구청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측은 이미 집행 당시 350여 마리의 개들만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거사진 등을 제시하며 반박하며 서로의 이해다툼만 열중하는 상황이다. ▶사육이 아닌 학대의 현장 임시 사육장 안에 있는 100여마리의 개들은 배설물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천정도 없는 철창 안에서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고 추웠던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피할 수가 없었다. 몸이 약한 개들은 병에 걸려 죽거나 아파도 별다른 조치 없이 마냥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도 없어 썩은 김치 찌꺼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거나 서로를 물어뜯으며 동족을 잡아먹는 현상도 일어나게 되었다. 현장에는 서로간의 다툼으로 귀가 짤린 개, 물어뜯긴 채 온몸에 피멍이 들고 고환이 퉁퉁 부은 채로 죽은 수컷,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피범벅이 된 개, 낳자마자 새끼를 잡아먹는 개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전문가는 굶주림을 참을 수 없고 열악한 상황에 있다보니 서로를 잡아먹는 극악한 ‘카니발리즘’으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장을 방문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동물보호 운동을 하면서 여러 참혹한 현장을 봐 왔지만 이렇게 끔찍한 환경은 처음"이라면서 구청 측에 "'개지옥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씨는 "구청이 강제이전하면서 몸이 약한 개들은 추운 날씨에 얼어 죽었고 새끼를 낳으면 다른 개들이 잡아먹어 지금은 아예 새끼가 없다"면서 "개들은 잘 보살피고 싶지만 이게 전 재산인데다 개집을 옮길 수 있는 땅이나 돈도 없어 구청의 보상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구청에 그 잘못을 돌릴 뿐 별다른 뉘우침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분개한 시민들, 동물보호법은 제대로? 사건에 분개한 시민들은 구청홈페이지에 항의와 비난의 글을 올리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나섰고 농림부와 청와대 게시판에도 사건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또한 주인의 처벌에 대한 서명운동도 전개하며 사육장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모금운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해 이미 농림부에서는 동물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동물학대행위를 감시하고 처벌을 강화할 것과, 반려동물 판매업 및 사육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유기동물 보호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던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대행위의 내용을 동물보호법에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투견, 경견 등도 학대행위에 포함하는 등 그 범위를 확대, 위반했을 때 벌칙도 현행 ‘최고 20만원이하 벌금’에서 ‘6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었으나 처벌이 강화된 것과는 달리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지기에는 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6조 1항과 2항은 잔인하게 죽이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조항을 두었을 뿐 나머지는 과태료만 부과하고 특히 법을 어겨도 처벌하기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고발 건수가 10건이 되지 않을 만큼 동물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 사회인식이 가장 큰 문제로 제2, 제3의 장수동 개지옥 사건이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동물에게도 생명이 있고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건만 장수동 개지옥 사건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 잔인한 인성에 우리 스스로가 놀랄 만큼 충격적이었다. 폭력에 대한 근절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 사회가 동물학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들이라 그 서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부디 아픔 슬픔 다 잊고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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