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떨고 있니, 부상은 '공공의 적'

‘전력을 새로 다지는 것보다 전력을 지키고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2006독일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강 사령탑들은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독일월드컵 본선이 두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적의 멤버로 최상의 팀을 꾸리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가운데 간간이 들려오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소식은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대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요사이 터지는 스타들의 부상은 이러 저래 월드컵 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 공공의 적 최근 독일월드컵 홈페이지는 축구팬들을 상대로 ‘부상 선수 중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이색 설문을 펼쳤다. 모두 7만 7916명이 이 설문에 참여한 가운데 팬들은 체코의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러(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29%의 지지표를 쏟아 그의 부상 복귀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뒤를 이어 잉글랜드의 공격수 마이클 오언(뉴캐슬) 14%, 스페인의 미드필더 사비(바르셀로나) 13%, 공격수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 8%,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아스케라노(코린치안스) 6%, 파라과이 공격수 로케 산타크루스(바이에른 뮌헨)가 4%의 표를 얻었다. 팬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월드컵 나들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이 여론조사는 여실히 보여준다. 부상은 해당 팀은 물론이고 스타들이 펼칠 화려한 열전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도 ‘공공의 적’인 셈이다. ◇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산물? 몸과 몸이 부딪히는 축구에서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다. 더구나 유럽의 명문 팀에 속해 있는 스타들은 한 시즌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리그는 물론이고 클럽 컵 일정을 소화하고, 또 순위경쟁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부상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지난 달 20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는 엠폴리와의 세리에A 경기서 왼 발목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체코의 콜러는 지난 해 9월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아직도 재활중이고 잉글랜드의 오언은 지난 해 12월 말 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뒤 장기간 공백을 가졌다. 잉글랜드 미드필더 앨런 스미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19일 리버풀 전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스페인의 라울도 지난 해 11월 무릎을 크게 다쳤고 사비도 십자인대가 찢기는 부상으로 겨우내 재활에 신경써온 끝에 다행히 최근 복귀했다. 개인적으로 월드컵 3회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의 주장인 윙백 카푸(AC밀란)도 지난 달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2002월드컵에서 한국의 철각으로 인정받았던 송종국(수원삼성)은 지난 해 11월 왼 발목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재발하며 재활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같은 G조의 스위스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스타드렌)는 지난 달 20일 서혜부 수술을 받고 12주간의 재활 일정에 돌입했다. ◇ 그들은 복귀할 수 있을까 봄이 되면서 오랜 부상 재활을 딛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조율하는 선수들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은 지난 달 20일 알라베스전에서 후반 교체멤버로 나서며 3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언도 당초 예상보다 이른 3월 말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아스케라노도 최근 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7개월간의 부상 공백 탈출의 서막을 열었다. 부상 터널을 뚫고 새 출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부상 악령을 부여잡고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토티는 2~3개월의 재활 기간이 나온 가운데 100%의 몸 상태로 6월 개막하는 월드컵을 맞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잉글랜드 중앙 수비수 조나단 우드게이트(레알 마드리드)는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18개월간 공백기를 갖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또 근육에 문제가 생겨 2~3주간의 재활 일정을 밟아야 한다. 연이은 부상 징후는 월드컵 멤버 복귀에 대한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외에 포르투갈의 중앙 수비수 조르제 안드라데(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최근 무릎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팀 소속의 스페인 출신 플레이 메이커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도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으로 6개월 이상의 회복기간이 필요해 사실상 월드컵과 아듀를 고했다. 송종국과 스위스의 프라이도 부상 암운이 월드컵까지 드리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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