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96년 올림픽대표팀 시절 비화 공개

2002 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 4강 신화의 길을 열었던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이운재(33·수원 삼성). ‘신의 손’으로 꼽히는 그의 남다른 고민은 바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다. 그가 우크라이나 출신의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1996년 올림픽대표팀 시절 무리하게 살을 빼다 폐결핵까지 걸렸던 비화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운동과 체중 감량에 몰두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이운재는 최근 펴낸 자서전 ‘이기려면 기다려라’(일리 간)에서 ‘살과의 전쟁 탓에 생긴 폐결핵’이란 부제와 함께 당시 상황을 소상히 밝혀 놓았다. 이운재가 1994년 10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한 것도 비만 때문이었다. 1m82의 키에 몸무게가 93㎏까지 불었던 것. 비쇼베츠 감독은 이운재에게 “살을 빼면 대표팀에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때부터 이운재의 사투가 시작됐다. 보통 사람들의 3분의 1 정도로 식사량을 줄이고,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손가락을 입 안에 집어넣어 억지로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표팀에 다시 발탁되고 난 뒤에도 감독이 체중을 체크하기 전날 밤에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고. 처절한 노력 끝에 93㎏이던 몸무게가 1년 만에 목표이던 80㎏에도 못 미치는 75㎏ 이하로 떨어졌지만 이후 지독한 후유증이 뒤따랐다.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다 대표팀에서도 다시 탈락하고, 결국 병원에서 폐결핵 3기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 의사는 “당장 입원해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축구를 영원히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명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운재는 2개월 동안 축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정상을 회복했다. 이운재는 “체질 때문에 지금도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지만 체력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균형을 잡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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