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사교육을 본받으라고? 그럼 학교가 학원이 되란 말인가?

한국교육개발원장님은 현장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가 너무나도 전문가가 많고 너도나도 교육을 농단 하는 동네북처럼 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치고 어느 누가 교육에 대해 말하라면 한 마디 안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주장이 옳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교육전문가인척 하고 있으니,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육자들이 기를 펼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우리 사회의 성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교육자들을 기를 펼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기 자녀를 가르쳐야하는 학부모들의 관심을 가지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일일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한다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고 어떻게 지도 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교육계는 이렇게 방황을 하느라고 갈길 잃은 난파선의 지경이 되어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러할 진대 우리 교육을 맡아서 하는 교육부나 상급기관에서라도 좀더 어떤 주관이 뚜렷하게 방향을 잡고 나아가 주면 좋으련만 기관들까지 너도나도 자기 생각들만 쏟아 놓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찌 이 나라의 교육이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하여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정신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 방안 공청회'에서 이종재 원장은 "학교는 차별화 한 프로그램과 엄격한 강사. 학생 관리, 전문적 교재 등으로 무장한 사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다른 분도 아니고 현재 우리교육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중대한 일을 맡고 있는 기관의 장이 한 말이라니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학교에서 근무하는 35만명의 교원들은 부끄러워서 보따리 싸들고 절간이나 찾아야 할 판이다. 물론 지금의 우리 교육이 갈길 잃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국가나 국민이나 상급교육기관들까지 모두들 흔들기만 했지 뚜렷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은 왜 모르는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교육개발원에 부탁하고 싶은 말은 [제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정책으로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진정 교육개발원에서 할 일은 우리 교육이 흔들리지 않은 확고한 정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미 폐기된 낡을 학설을 도입하여 교육 혁명이나 되는 것처럼 떠들던 수많은 교육학자님들의 덕분에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온 세계의 잡다한 교육 방법이며, 교육학설의 시험장이 되었다가 드디어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열린교육의 이론이 들어오고 소개 될 때에 이미 재미교육학자들에게서는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에 실패하여 쓰레기통에 폐기된 지 몇 년이 지난 낡은 학설이 한국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대접받고 있다면서 실패할 것이 분명한 학설로 교육현장을 교란시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 왔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선 마치 마른 들판에 붙은 불처럼 열린교육의 열풍은 거세게 몰아쳤고, 한 시대를 풍미하기는 했지만 예언했던 대로 어느 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사라져 버렸었다. 이렇게 우리 교육을 망쳐온 것은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아니라, 해외에서 공부하고 오신 저명한 학자님들의 잘 못된 이미지개선에 놀아난 교육부나 개발원 등의 기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개발원장님은 교육현장의 사정은 알지 못한 채 마치 학교는 사설학원의 발 밑도 못 따라가는 형편없는 곳 인양 취급해 버렸다. [학교는 차별화 한 프로그램과 엄격한 강사. 학생 관리, 전문적 교재 등으로 무장한 사교육을 배워야 한다]는 개발원장님의 고명하신 말씀에 한갓 초등학교 교장이 몇 가지 반박을 하고자 한다. (1)차별화 한 프로그램에 대하여 학교에서는 차별화 한 프로그램이 없는가? 7차 교육과정에서 수업과정 안에 보충학습이나 심화학습자료까지 분명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계셨단 말인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따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 자료까지 다 준비가 되어 있으며, 수업 현장에서는 충분히 이러한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초등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할지 모르지만 중학교과정만 되어도 학력의 격차가 심해서 선생님이 그 과정을 이수시키기에 심히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학원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학원은 나름대로 비슷한 학력을 가진 원생들이 분류되어서 수업을 받게 마련이다. 일류학원은 시험을 보아서 들어가고 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기까지 한다니까 나름대로 일단 어느 정도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들고 뽑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기준을 잡고수업을 하기도 쉽고, 또 보충이나 심화를 시키는 것도 비교적 동급들이기 때문에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학교는 어떤가? 능력별 반 편성을 하면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데도 훨씬 능률적이고, 혹시 조금 뒤진 학생은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으므로 해서 훨씬 쉽게 알아듣고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 늦지만 진도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부형들과 학생들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서 교육부에서 우열반의 편성을 금지시키고 있으니, 어림없는 소리다. 그러면 교실에서 수업은 어떤 수준에 맞추어서 할 것인가? 35명의 학생들이 있으면 상위 5-20% 정도<지역여건에 따라>는 이미 수업이 끝난 학생이고, 나머지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조차 모르고 멍하니 바라만 보는 학생들인데 도대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놓고 수업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런 현장의 문제들을 알기나 하고 학원과 다른 점을 알고서 하시는 말인지 개발원장님께 묻고 싶어진다. (2)엄격한 강사. 학생 관리? 과연 학원에서만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가? 지금 학교에서 학원처럼 엄격하게 학생 관리를 해도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 아니 개발원장님은 지금 학교에서 학원처럼 엄격하게 학생 관리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 분명히 학교에서는 학원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학생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게 되는지 어느 학교에 한 번 물어 보셨는지 묻고 싶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자는 학생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판에 어떻게 학교에서 학원처럼 엄격하게 학생 관리를 하라는 말인가? 만약에 어느 담임이 학원처럼 엄격하게 다루고 체벌을 해서라도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학부형들의 아우성을 어떻게 견디려고 그렇게 하란 말인가? 아마도 신문에 나고 방송에 나가고 결국은 사표 쓰고 마는 결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는 비참한 교육현장이라는 것은 아시는지? 지금 학교에서 매 맞았다면 그 선생님은 가만 두지 않고 당장 문제교사가 되고 만다. 그러나 학원에서 공부시간에 자고 있는 학생을 때려서라도 가르치려고 때렸다면, 그 학원은 학생을 엄격하게 잘 다루어주는 좋은 학원이 되어서 더 인기를 얻고 더 몰려드는 게 요즘 우리 사회이다. 교사 관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요즘 교사관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게 된 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심지어 어떤 안건은 교장이 결재를 받아야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관리 감독을 하여야 하는 교장이나 교감들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교사들에게 충고하고 안내하는 정도밖에 함부로 지도하는 것까지 거절을 당하는 것이 현장의 사정이라는 것은 알고 계실지? (3)전문적 교재로 무장? 과연 학원에서 하는 전문적인 교재를 학교 현장에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개발원장님 과연 그렇게 훌륭한 교재가 학원에 있다면 중고등학교 교과서로 채택하시면 어떨까요? 오히려 35만 명이나 되는 우리 교사들이 그렇게 분류하여 수준별 교재를 개발한다면 몇 배나 더 나은 교재도 충분히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이미 개발된 자료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런 교재가 현장에서 쓰일 수가 없기 때문에 별로 소용이 없다 보니까 더 멋진 교재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각자 수준별 수업에 맞는 교재를 개발하여 사용케 한다면 전국의 교사들이 만든 자료를 모으면 세계 최고의 수준별 수업자료로도 개발이 가능 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수준별 반 편성을 하고자 하여도 학부형들의 아우성 때문에 법적으로 못하게 만들어 버렸지 않은가? 그럴지도 모른다. 수준이 낮은 반의 아이들은 상당히 비참한 생각이 들것이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원에서는 잘 가르치는데 학교에서는 뭣 하느냐]고 따지지 말고 학원에서처럼 비슷한 학력 수준끼리 모아서 가르치면 충분히 알아듣게 낮은 아이는 낮은 대로 수업을 받아서 교과과정을 좀더 충실하게 익혀 갈 수 있다는 것은 왜 모르는가? 한시간 내내 아니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날마다 학교에 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공부를 한다고 멍하니 쳐다보고 앉아서, 시간이 끝나기만 바라고 앉아 있을 자녀들의 심정은 알고 하는 말들인지 학부모들의 생각들도 바뀌어야 한다. 진정 자녀를 위한다면 좀 창피하더라도 낮은 반에 배치되어서 자기 수준에 맞춰 공부하면서 더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공부하여 나아질 수도 있게 해주려고 하는데 그런 기회마저 거부하고 빼앗아 버리고, 오직 내 자녀의 기만 살려서 공부는 못하고 실력은 없어도 무조건 어느 고등학교 나왔고, 어느 대학을 나왔다면 그만 이라는 것인가? 이렇게 학부모들은 자기들의 주장만으로 학교 교육을 윽박지르고, 교육관계기관 마저 지원해주고 개선시켜 주려고 는 하지 않으면서 학교가 학원보다 못한 곳으로 매도만 하면 그만 이라는 말인가? 심히 부끄럽고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사교육의 우월성을 주장하여 공교육을 묵사발 만들지만 말고,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정말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찾아 주는 것이 교육개발원이 할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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