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서 신음

대기업, 막강한 권력 중소기업에 휘둘러

‘갑의 횡포’ 비판 일면 변명 늘어놓기

밖으로 상생 외치지만 ‘빚 좋은 개살구’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골목상권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얇아진 지갑에 서민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의 속출로 경쟁은 더욱 힘겨운 상태다.

더욱이 음식점부터 자동차 대리점, 건설현장 하도급업체, 대형마트에 입점한 납품업체까지 거의 모든 직종에서 ‘갑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서민들의 아우성까지 사방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까지도 대기업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 세를 확장하고 있다.

▲ 토종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는 가맹점부들에게 통신사 제휴카드 할인금액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겨 물의를 빚고 있다. 카페베네 측은 합의하에 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합의가 아닌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을에 비용 떠넘기기는 기본

최근 한국지엠의 공식 딜러인 삼화모터스가 대리점주에게 피해 보상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대리점주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국지엠이 자신에게 직영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대리점주는 이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한국지엠이 한 달 만에 운영권을 공식딜러사인 삼화모터스에 넘겼다.

삼화모터스는 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대리점주에 전가해 이 점주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임대차 조건 변경 강요, 부당한 수수료 공제, 과도한 판매 할당, 밀어내기 강요 등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일삼았다.

이에 대리점주는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 대리점주는 한국지엠 측에 부당 임차료·이자 공제금 6300만 원, 이사비·인테리어비 9300만 원, 손해배상금 1억6000만 원 등 총 3억1600만 원을 요구했다.

공정거래원은 삼화모터스가 대리점주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고, 삼화모터스 측은 대리점주와 접촉해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다른 금액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한국GM은 공식딜러에 차량을 공급할 뿐 대리점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며 “대리점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화모터스와 한국지엠이 연관돼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들을 그리 흔하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 생산업체보다 딜러들이 오히려 이런 식의 계약을 통해 대리점주들을 옥죄고 있지만 이런 사실들을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종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는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떠넘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카페베네는 커피 등을 구입할 때 특정 통신업체의 제휴카드를 제시하면 일정 비율의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계약서상에는 이 금액을 카페베네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

카페베네 측은 통신사 제휴카드 할인은 금액 부담은 가맹계약 시 가맹점부 동의하에 진행된 것으라고 해명했다. 또한 통신사 제휴카드를 원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광고비나 모델료, 자체 멤버십 2% 적립, 메뉴판 교체비용 등은 모두 본사에서 지원하고, 통신사 제휴할인만 점주 동의하에 점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카베페네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말을 거부하겠는냐”, “통신사 제휴카드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 부담을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진다는 것은 ‘갑의 횡포’ 아니냐”며 카페베네를 비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나 소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논의할 방침이다.

▲ 홈플러스는 납품업체 직원을 매장에 상주시켜 진열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마진을 높이겠다고 해 입점업체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홈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도성환 사장 ⓒ홈플러스

‘갑’중의 ‘갑’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끊이지 않는 갑의 횡포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한 납품업체에 내년부터 마진을 1.5% 올릴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는 납품업체가 해당 비율만큼 납품 가격을 낮춰야 하고 이는 곧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 직원을 자사 매장에 상주시키게 해 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켰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 직원에게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고 이들에게 물건 정리와 진열을 하도록 했다. 일을 시켰음에도 홈플러스는 이들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무임금 노동을 시킨 것이다.

수도권 매장으로 파견 나간 납품업체 직원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방 매장으로 나간 이들은 교통비와 숙박비를 모두 납품업체가 지불해야 했다.

대규모 유통업법 12조는 대형 유통업체가 인건비 절감이나 판매 촉진 등을 목적으로 납품업체 직원을 파견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측은 장 한 쪽에 부스를 만들어 은밀히 납품업체 직원에게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일부 납품업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인건비 보장 등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 받을 수 있게 계약이 맺어져야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이 모든 의무조항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장사가 잘 되는 일부 입점업체를 내보내며 제대로 된 보상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모 씨는 8년간 운영했던 키즈카페를 불과 3000만 원만을 받고 철수했다. 월매출액 1000만 원가량 나오던 곳을 헐값에 빼앗긴 윤 씨는 홈플러스 측이 나가라고 하기 40여일 전에도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라고 해 4대를 설치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갑의 횡포 외에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에서 당첨자를 조작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작성했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겨 고객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다수의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당첨자들에게 당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신이 당첨됐음에도 불구하고 경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당첨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경품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어의 없는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또한 홈플러스 직원이나 친구 등 지인을 당첨자로 조작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직원은 자신의 친구가 외제차를 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한 후 경품으로 받은 외제차를 팔아 3000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보험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응모권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1건당 2000~4000원을 받고 보험사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모든 응모자의 개인정보를 넘긴 것이 아닌 정보제공에 동의한 고객의 정보만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잇따른 비판에 대해 홈플러스 측이 사과를 했지만 성난 고객들과 일부 누리꾼들은 홈플러스 불매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SPC가 최근 올림픽공원 인근에 매장을 열어 동네빵집 주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는 계열사인 삼립식품을 통해 신규 브랜드인 ‘잇투고(eat2go)’를 론칭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발 디딜 곳 없는 ‘을’의 절망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를 옥죄는 것은 온라인 쇼핑몰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파크는 물건을 납품받아 직접 판매하면서 팔리지 않은 제품을 납품업체가 다시 사가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이 때문에 납품업체 직원들은 개인 아이디로 인터파크에 접속 골프채 4000만 원어치를 다시 구입했다. 물건이 팔리지 않을 경우 반품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이 있지만 납품업체는 납품했던 가격이 아닌 더 비싼 가격에 되산 것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골프채니까 낫다. 유행을 타는 제품인 경우에는 반품은 곧 빚더미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 홈쇼핑에 의류를 납품한 적이 있는데 카탈로그에 제품을 실으면서 한 페이지당 일정 금액을 냈다. 거기에 다시 팔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제품을 반품하는 바람에 몇몇 제품들은 다시 팔 수 없어 그냥 폐기처분했다”며 “대형 유통회사들은 정말 무시무시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듯하다. 맘에 안 들면 한 참 뒤에 페이지에 나오도록 조치를 하기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매출이 큰 곳들이라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유업계 대리점을 하다 최근에 그만 둔 전직 사장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서 대리점은 정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한번 들이받고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곧바로 불이익을 받게 돼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며 “예전에는 매출 향상을 위해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에 이른바 ‘여사님’이라는 여성 판매사원을 파견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제조업체나 대형 마트에서 요구를 해 진행한 적도 여러 번이었는데 여사님 임금의 반을 우리에게 내라고 했다. 매출이 높아져 그냥 감당하기는 했지만 임금을 주면서도 뭔가 찜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갑의 횡포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은밀히 진행되는 갑의 횡포는 여전하다. 예전에는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심했다면 요즘은 유통회사로부터 받는 압박이 더욱 심하다. 중소상인들을 죽이는 것은 결국 대기업이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된 시장에도 계속해서 진출하고 있다.

파리바케뜨를 운영하고 있는 SPC는 동네빵집 인근에 위치한 점포의 임대차 계약이 끝나 영업을 종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 해당 점포의 영업을 이어오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네빵집 주변 500m 이내에 점포를 출점할 수 없다는 권고안도 무시한 채 올림픽공원 인근에 신규 점포를 출점했다.

또한 SPC는 파리바게뜨가 계속해서 지적을 받자 계열사인 삼립식품을 통해 ‘잇투고(eat2go)’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

대한제과협회는 이런 SPC의 행위에 대해 이익을 위해 동네빵집과의 상생을 무시하고 있다며 SPC와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자영업자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잇투고는 숍인숍 형태의 햄버거 브랜드다. 아직까지 실험 중인 단계로 제과점으로 분류하기는 것은 곤란하”며 “애초에 신고가 담당자의 실수로 제과점으로 됐지만 현재는 변경해 제과점이 아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제과점이 아니듯 잇투고도 제과점이 아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림픽공원점 또한 본디 뚜레쥬르가 운영하고 있던 곳으로 우리가 입찰을 통해 영업권을 딴 곳이다. 현재 인근에 운영하고 있는 루이벨꾸는 당초에는 카페베네의 마인츠돔과 루이벨꾸의 점주가 각각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곳으로 순수한 동네빵집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도 문의했지만 동반위원장 이취임과 맞물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우리에게 권고안을 보냈다. 이에 따라 SPC도 빵집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입점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고 그것을 동반위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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