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보수 텃밭서 낙선…거물 대선주자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 7.30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수원정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전격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7.30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수원정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전격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학규 고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난다”면서 “그동안 저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동지들, 어려운 상황마다 도움을 주셨던 지지자 여러분, 그리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그러면서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라며 “이번 7.30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정계은퇴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손 고문은 “저 자신의 정치력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정치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어, “1993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분에 넘치는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다”면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시베리아 땅으로 나선 이래 민주당과 함께 한 저의 정치역정은 순탄치는 않았지만 보람 있는 여정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새정치국민회의(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고백한다”고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 고문은 그러나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며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저의 생활철학이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과 한국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만큼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제 꿈을 이제 접는다”며 “능력도 안 되면서 짊어지고 가려 했던 모든 짐들을 이제 내려놓는다. 그동안 정치생활을 통해 얻었던 보람은 고이 간직하고 아쉬움은 뒤로 하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또 노력하는 국민의 한사람이 되겠다. 감사하다”고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다.

[다음은 손학규 상임고문의 기자들과 일문일답 내용 요약]

Q : 향후 일정은?
A : 자유로운 시민인데 특정한 일정이 있겠나.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다.

Q : 그동안 보람 있었던 것은?
A : 나는 보람이 너무 많아서 한 마디로 할 수 없다.

Q : 가장 아쉬웠던 것은?
A : 아쉬움은 두고 간다 했으니 뭔지 모르겠다.

Q :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 스스로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우리 정치를 정정하고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

Q : 이번 재보선 야권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A : 저 자신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자 한다. 제가 부족해서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해 패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으로서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해 그 책임을 동감하고 있다.

Q :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고 했는데?
A : 정치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 있다고 생각한다.

Q : 예를 들어?
A : 지금은 자유로운 시민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어디에 나를 묶으려 하지 않는다.

Q : 박근혜 정부에 대해 한 말씀
A : 굳이 그런 말씀 안 드리겠다. 다만, 국민을 어렵게 알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Q : 당이 위기상황인데...
A : 항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생활을 첫째로 하는,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여야 정치인 모두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Q : 이번 재보궐선거의 의미는?
A : 이번 선거가 제가 수원에서 표어로 내걸었듯, 문제는 정치다. 민생에 답하라. 정치가 잘못돼 민생이 어렵다. 정치가 제대로 서야 민생이 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가운데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 팔달에서 개인적으로 패배한 것은 저 자신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것이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고,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 이런 것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에서 새정치민주연합부터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저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것은 여당에도 정치권에 같이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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