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진단 없이 치료 방치, 증상과 수면문제로 고생

최근 대한수면연구회(회장 김주한,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가 한국인 5000명을 대상으로 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s Syndrome)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5.4%가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인구로 추정하면 약 250만 명 이상이 이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회 측은 밝혔다. 이는 한국인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과 역학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첫 국내 조사자료이다. 대한수면연구회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에 필수적인 기준을 만들고 국내에 표준화된 역학조사를 위한 인터뷰 폼을 만들었다. 이를 사용하여 2006년 2월에 만 21세~69세의 성인 남녀 5000 명을 대상으로 유병률을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5000명 중 하지불안증후군에 해당되는 사람은 271 명(5.4%)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면장애(sleep disorder)가 동반된 비율은 약 52.8%였는데 이들은 밤에 잠 들기가 어렵거나 다리 움직임 때문에 잠을 자주 깨고 잠이 깬 후 다시 잠 들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등 수면 문제를 경험하였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약 5.4%나 되는 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적절하게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약 16%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국내에서 많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치료를 방치한 채, 증상과 수면문제로 고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추정되는 응답자가 호소하는 다리의 불편함과 관련된 증상으로는 “쑤신다/욱신거린다,” “저리다/피가 안 통한다,” “아프다,” “당긴다,” “시리다” 등의 순으로 많았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경험하는가에 대한 설문에는 77.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충동이 너무 심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42%에 달했다. 증상의 발현 시간대는 주로 오후 6시 이후부터 저녁/밤 시간이 가장 많았다. 저녁이나 밤 시간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것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중요한 특징이며 진단시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한편 성별에 따른 유병률은 여성이 5.6%로 남성 5.2% 보다 조금 많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이 질환으로 추정되는 응답자의 비율도 높았는데 특히 50대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고, 증상 발현의 평균 나이는 38.3세였다. 일반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은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발병할 수 있지만 여성의 비율이 좀더 높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유병율,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271명 중 원발성 하지불안증후군(primary RLS)과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secondary RLS)의 비율은 각각 74.2%와 25.8% 였다. 이번 연구의 주 연구자인 대한수면연구회의 조용원 교수(계명의대 신경과)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신경질환으로 수면장애의 흔한 원인이며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이 질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이루어져 않고 있던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경우, 적게는 전체 인구의 약 2.5% 에서 많게는 약 15%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지금까지 아시아와 우리나라에서는 이 질환에 대한 역학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한수면연구회 부회장 홍승봉 교수(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정확히 진단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며, 철분 부족시 철분 공급,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리큅 등) 및 도파민 제제 등의 약물로 RLS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리의 이상한 증상으로 매우 불편하나 무슨 병인지 몰라 어떻게 치료 받아야 할지 모르는 환자들을 위해 대국민 질환홍보와 관심이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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