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구조 변화로 외도에 대한 거부감 사라져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새빨간 립스틱과 진하게 뿌린 향수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집을 나서는 유부녀들은 하나 둘 씩 나이트로 모여든다. ‘밤의 여신’으로 등극하며 ‘애인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유부녀들은 나이트에서도 일명 ‘민간인’이라고 불리우며 하루하루 명성을 드높여간다. 언제부터 한국사회에서 조신하기만 했던 기혼녀가 나이트에서 이름을 날리며 추태를 부리다 못해 사회적 문제로까지 언급되는 상황이 되었을까. 늘어만 가는 기혼녀의 외도, 이제는 남편들이 눈물짓는 세상이 왔다. ▶한심하고 낯부끄러운 행태들 A나이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33)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실직하고 생활전선에 나선 후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하며 나이트클럽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만약 만난 남자가 괜찮고 마음에 들면 애인으로까지 발전해 사귀기도 하는데 그 느낌은 넘지 못할 벽을 넘는 듯한 아찔함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 영업사원 장모씨(28·여)는 "부킹만 되면 공짜 술에 몸도 풀 수 있고 용돈도 생기며 다음날 영업과 연결도 할 수 있어 1석3, 4조"라며 "1주일에 2~3회씩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룸이 100여개나 있는 D나이트클럽 웨이터 최모씨(29)는 "홀을 찾는 손님은 그래도 양반"이라며 "룸을 찾는 손님은 부킹 후 룸 내 1평 정도의 화장실에서 섹스를 즐기고 가기도 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웨이터는 "직업여성도 아닌 주부들이 즉석 섹스를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남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요구하며 엉겨붙는 것은 요즘 주부들의 스타일이라며 2차 제안 역시 주부들이 먼저 하는 경우도 다수임을 증언했다. 대형 나이트클럽 지배인 백모씨(42)는 "경기가 나빠진 후 주부손님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종전에는 남자들이 부킹을 원했으나 요즘에는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장사가 그대로 돼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한심스럽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계모임이나 동창회 모임 후 단체 부킹으로 즉석만남을 갖고 탈선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한심함을 금치 못했다. 사하구 하단동 D나이트클럽 웨이터 백모씨(28)는 "부산이 물이 좋다며 인근 김해·양산·울산에서까지 원정오는 단체주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바람난 유부녀들, 사회적 추세인가 헤럴드경제와 포털사이트 다음 미즈넷이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기혼녀들의 의식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 20~30대 중반의 기혼녀 1만6947명 중 전체 응답자의 43.3%가 남편 이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사회 보다 성 개방 풍조가 만연한 미국에 비해 약 10%가량 앞선 수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외도하는 유부녀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결혼관의 변화라 볼 수 있다. 한국가정 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결혼관이 달라지면서 결혼의 영속성을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남편과 언제든지 이혼할 수도, 그리고 다른 남성과 재혼할 수도, 혼자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애정에 대한 의식이 과거보다 자유로워졌다”면서 “이제 애정을 남편하고만 주고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제 더 이상 유부녀들이 ‘정조’라는 구속의 틀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8개월째 애인을 사귀고 있다는 결혼 6년차 주부 김미진(가명ㆍ36) 씨는 "나만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 중에서 애인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애인이 없을지라도 외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앞뒤 꽉 막힌 친구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외도에 대한 주부들의 관념이 얼마나 개방적으로 변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름답게 미화한 외도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빈번히 다루어 졌다는 것과 인터넷의 발달로 채팅을 하면서 남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졌다는 상황도 외도를 늘리는 원인이 된다. 특히 동창사이트를 통해서 동창들과 만나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동안 만나지 않았어도 쉽게 친해 질 수 있고 남편보다 먼저 만났다는 생각에 죄의식도 덜한 것이 그 이유이다. 이렇게 기혼여성의 외도가 늘어가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나 현실적인 방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부부끼리 해결해야할 사적인 문제들이기도 하고 그동안 억눌려온 것을 이제야 드러낸 여성들의 의식이 단순한 대책하나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혼녀들 스스로가 반성하고 가정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것이 최우선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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