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갈등과 대립, 해결책은 있는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양국간 예비협의가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열려 사실상 협상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성장의 미래인 FTA 협상은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계속적으로 협상 중단을 요구해 온 농민, 영화인, 대학교수 등의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갈등과 대립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첫 걸음을 시작했지만 협상이 타결되려면 사실상 전면에 가까운 시장개방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은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 의회에 보낸 한미 FTA 협상 통보문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이 문서에서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과 규제 철폐, 투자에 대한 장벽 제거, 규제 신설에 따른 사전 협의 의무화 등 우리의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주문하며 한국에 투자하는 미국기업에도 미국법을 적용해 보호할 것과 공기업의 독점 사업권까지 폐지하라는 무리한 요구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측의 협상안일 뿐이라지만 예상보다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인 개방에 우리의 대비태세는 충분한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이유는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급히 서두르는 정부의 태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드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당위론에 대한 주장만 내세울 뿐 이해득실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공론을 이끌어내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협상 성사에 급급해 처음부터 너무 저자세로 나간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최근 공개된 USTR의 연례보고서는 미국이 협상 착수에 앞서 내걸었던 스크린쿼터, 쇠고기, 자동차, 의약품 등 4대 요구사항을 한국정부가 모두 수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 60%, 정부방침에 문제 있다 농업, 제조업, 교육, 의료, 서비스, 금융 등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FTA협상은 현재 미국의 강압에 의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정부의 FTA로 인한 경제 성장론과는 달리 오히려 한국의 대미 수출인 21%~23%보다 미국의 대한국 수출이 43~54%로 2배가량 높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량 증가폭의 2배 이상 미국의 수출량 증가하면서 FTA 발효 후 4~5년 후에는 현재 한국의 대미무역흑자 규모 100억 달러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는 이미 한-칠레 FTA의 경우 협정 발효 3달이 지난 시점에서 대칠레 무역적자가 오히려 3배 증가한 전력으로도 쉽게 추정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해소하겠다는 사회양극화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 협상을 불안하게 보는 관점 중 하나이다. 서비스 업종은 농축산업과 더불어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로 특히 보건의료, 교육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대한 개방과 민영화는 사회적 상층에게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될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의미한다. IMF이후 한국사회의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고, 현재 사회적 양극화문제가 현 단계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쟁점임에 비추어 이는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므로 국민들의 반대는 심화되고 있다. ▶타오르는 농민과 영화계 FTA협상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보는 농민단체와 영화계는 협상반대 시위로 여념이 없다.전국농민회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농축수산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예비협의가 있었던 6일 오전에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부문의 피해가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FTA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한미 FTA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이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비대위 결성식을 가지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어 전농은 최근 '한·미 FTA 교양자료집'을 각 지역조직에 내려 보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이 협상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여론을 얻을 계획이다. 또한 촛불행사와 영화인들의 일일 시위로 반대투쟁을 벌여왔던 영화계에서도 정부의 스크린 쿼터 축소방침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확정되자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다. 올 7월부터는 스크린 쿼터 방침에 따라 한국영화 최소 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들게 되는데 문화부에서는 이에 앞으로 4천억 가까이의 지원금을 한국영화 발전에 쓰일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가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압력에 굴욕적으로 굴복한 결과"라고 비난하면서 "스크린쿼터 원상 복귀를 위해 한미 FTA 저지 운동에 모든 힘을 결집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영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새로운 스크린쿼터 시행령이 발효돼도 스크린쿼터 원상 복귀를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영화배우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투사가 돼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또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는 FTA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 단호히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한번 더 다지며 투쟁의지를 확고히했다. 농민단체와 영화계의 이러한 반발을 일분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국익을 위해서는 이들이 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전체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 한다는 파시즘적 발상이 FTA를 합리적으로 만들어 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무작정 밀어붙이기 보다는 FTA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분석으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농민단체와 영화계의 분노를 서둘러 잠재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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