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시장 후보 선출 놓고 갈등 증폭

강금실 이미지냐, 경선 원칙 고수냐… 野진짜'히든카드' 있긴 있나? 5.31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외부 영입인사의 무혈입성을 경계하는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군의 반발 때문에 시끄럽다. 열린우리당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은 8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영입으로 경선 없이 후보 선정이 이뤄질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지금 서울시는 경영자가 필요한데 강 전 장관을 경영자로 보기는 어렵다"며"서울시장 선거에서 내가 유권자라면 강 전 장관을 안 찍겠다"고 강 전 장관을 견제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는"당규절차에 따라야 하고, 아직 어떤 방식을 취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내심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사정은 한나라당도 간단치 않다. 박계동 의원이"주말이면 서울시장 후보 영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외부 수혈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당연히 경선을 준비중인 맹형규, 홍준표, 박진 의원 등이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은"왜 당내 후보들을 왜소화시키느냐"며"누가 오든 경선을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 무슨 생각을 갖고 이러는 지 모르겠다"고 박계동 의원을 공개 질타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여당이 강 전 장관 영입에 성공할 경우 그의 높은 지지도를 감안할 때 외부에서 대항마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는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가 합의해 제3의 인물을 들여올지 모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여야가 '5·31 지방선거'에 나설 서울시장 후보 선출 방법을 놓고 내부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경쟁력 있는 외부인사를 데려와 후보로 낙점하자는 데 대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경선을 준비해 온 후보들이 크게 반발하며 마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당 지도부가 경선 절차 없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전략공천'하려 하자 표밭을 갈아 온 이계안 의원이 경선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강 전 장관이 거취를 결정하면 기왕에 출마의사를 밝힌 분들과 적절하게 대화하겠다"며 전략공천 방침을 시사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6일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사실상 '전략공천'에 무게를 실었다. 우 대변인은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출마하려는 당내 인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영입후보와 현저한 차이가 나 경선이 무의미할 경우 여러 가지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염동연 사무총장도 이날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이계안 의원이 당내경선을 하게 되면 이 의원은 지더라도 얻을 게 많겠지만, 강 전 장관은 경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경우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붙을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전략공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이 의원은 8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경선 지킴이'를 자처한 정 의장이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기득권이라면 의원직밖에 없는데 의원직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 의원은"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당내의 기득권을 버리겠다"며"그 첫번째로 중앙당 재정위원장직 사퇴 발표에 이어 강금실 전 장관과 아름답고 정정당당한 경선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전략적 공천은 (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 전 장관을 영입하더라도 경선을 통해 정식으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최근 외부 영입 인사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내 인사들보다 현저히 앞설 경우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강 전 법무장관 영입이 성사될 경우 당내 경선 절차는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무산되면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노리며 의원직까지 사퇴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이 의원 지난9일 라디오 프로그램인'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한 이 의원은 사퇴 의사를 묻는 장성민 진행자의 질문에 "의원직이라는 게 제 것처럼 보이지만 저를 뽑아주신 유권자들도 있고, 당도 있기 때문"이라며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의원은 사퇴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 "당이 경선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배수진을 쳤다기 보다는 정치 강령에 맞지 않고 새로운 정치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시장후보 출마를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의 맹형규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질문에 "그것이 최선의 정책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은 한나라당도 비슷하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단순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7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사무실 이전식에서 3월중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의 출마 확정 분위기가 전해지자 한나라당에선 또 파열음이 났다.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한사람인 박계동 의원은 지난 5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후보 외부 영입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금주 중 진전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외부 인사는 당헌에 따라 '경선 배제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전략공천'까지 주문했다. 박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자신을 포함한 현재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강금실 전 장관에게 이길 수 없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DJ 치매발언'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최근 잇따른 당의 악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경선 바람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 고려도 감안됐다. 그러자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던 박 의원에게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정치 그만둬. 후보등록까지 해놓고, 이제 영입 얘기 그만 좀 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박 의원은 "홍준표는 덕이 없어."라며 "국가와 당을 생각할 줄도 알아야지 자기 생각만 해서 되겠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박 의원이 "자네, 어제 이 시장 앞에서도 엄청 따지더구만. 내가 옆에 있었는데 듣기 민망할 정도였어."라고 면박을 주자 홍 의원은 잠시 머뭇거린 뒤 "홍준표 식으로 돌파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홍 의원은 박 의원과 설전을 치른 뒤 가진 회견에서 "박심(朴心), 이심(李心)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를 경선 없이 정하자는 것은 이회창 총재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경선 배제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또 여당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겨냥,“(한나라당)후보가 결정되면 일꾼과 춤꾼의 차이를 서울 시민이 알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경선 도전을 선언한 맹형규 전 의원, 박진 의원 등은 당내 일각의 '영입 불가피론'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외부 영입설이 나돌자 지난달 의원직까지 던진 맹 전 의원은 필사적이다. 맹 전 의원은 "투표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강 전 장관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당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경선 후보자들을 흔드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외부 영입 대상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당내 경선'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고려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군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박세일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이다.그러나 정작 박근혜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영입문제는 합의된 적도 없는데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입설을 극구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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