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육감 취임 후 첫 과제 자사고 쟁점 점검

6.4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단일후보 조희연(57) 씨가 강적 고승덕 후보를 따돌리며 최대이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20대 교육감에 당선됐다. 고 후보에 비해 대중 인지도가 한참 밑돌던 당시 조 후보의 당선 이유에 대해, 그의 둘째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아버지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글이 ‘딸아 정말 미안하다’고 외친 고승덕 쇼크와 결합, ‘착한 아버지 이미지’를 폭발적으로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 4%대 지지율에 그쳐 낯설기까지 했던 3위 후보가 ‘기적 같은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일궈내자 와! 하는 환호성과 더불어 이런! 하는 개탄의 한숨도 여기저기에서 새어 나왔다. 이런 냉온차가 심한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그는 지난 1일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올랐다. 최근 그는 자사고 문제와 관련 부쩍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그의 생애의 굵직한 변곡점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긴급조치 9호, 진보적 학술운동 활약
막강 참여연대 동갑 박원순과의 인연
일반고 전성시대 앞에 놓인 ‘자사고’

 

▲ 16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 개원식 및 제254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조 교육감은 지난달 6월 11일 성공회대 고별강연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내 인생 첫째 행운은 김진균 선생님을 만나 진보적 학문 연구의 흐름을 연 것이고, 둘째는 이재정 총장을 만나 성공회대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함께한 것이며, 셋째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참여연대를 만든 것”라고 말했다. 이 세 가지 행운을 따라가다 보면 조 교육감이 보인다.

진보학술운동의 핵으로 자리잡다

조 교육감은 1956년 10월 6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는 조일환(曺日煥)의 5남으로 태어나 전남 풍남초등과 전주북중학을 졸업했다. 이어 서울로 올라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의 모교이기도 한 중앙고등학교에서 수학하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1975년은 박정희 대통령이 악명 높은 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해였다. 이 법령으로 인해 유신헌법에 대한 그 어떤 비판이나 반대와 보도가 금지됐다. 박원순 시장도 같은 해 입학했다.

4학년이던 1978년 5월, 조 교육감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9호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시위에 가담하다 구속 수감돼 이듬해 가석방됐다. 조 교육감은 2011년 재심을 청구해서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34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아 화제가 되었다. 이때 받은 보상금 5천만원을 아시아 NGO활동가 훈련 기금으로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시위 전력이 문제되어 서울대를 떠나 연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고 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주도하던 진보 학술운동에 뛰어든다. 조 교육감은 김 교수와 산업사회학회를 만들고 고 박현채 교수와 그 유명한 『한국사회 구성체 논쟁』을 출간했다. 88년에는 진보학술단체연합체인 ‘학술단체협의회’ 설립 과정을 주도했고 2006년에는 역시 진보학술운동의 계보를 잇는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진보학술운동의 중핵으로 인정받는다.

조 교육감의 두 번째 행운의 시작은 당시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조 교육감은 학생운동 전력으로 대학 강단에 설 자리가 없어 곤란한 때 이 총장이 진보성향 학자들을 영입한 데 따른 결과였다. 조 교육감은 이 대학에 NGO대학원을 만들고 반독재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의 자료를 정리하는 민주자료관과 민주주의연구소 등을 설립했다. 조 교육감은 91년 5월에 월간지 『사회평론』 창간 무렵 편집기획주간도 맡았다. 이때 한때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최장집 교수가 준비위원장을,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발행인을 맡았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천정배 전 국회의원 등이 이 잡지의 편집·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유명한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 게재된 잡지다.

박원순 변호사와 참여연대 출범

1994년 7월25일 진보적 사회학자로 지식인 사회에 알려졌던 조 교육감은 박원순 인권변호사를 만나 ‘참여연대’를 출범시킨다. 두 사람은 38살 동갑내기로 참여연대 창립멤버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1980년대까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은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길거리에서 벌어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참된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행동은 사회와 정치무대의 한복판에서, 그리고 국민의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초창기 참여연대의 실정이 어떠했는지는 한국일보 <박원순과 조희연, 그리고 참여연대>라는 기사에 실린 박원순의 회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빠듯한 살림에 참여연대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지인에게 돈 부탁하는 게 내 일이었다. 사무실에 쥐가 많아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 위에 쥐똥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늘 몸이 가려웠다.” 조 교육감 역시 사무처장을 맡아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조 교육감은 “얼마나 일이 많았던지 건망증이 심해졌다. 겨울에 외투를 사무실에 두고 추위에 떨면서 집까지 가거나 사무실에 차를 갖고 왔다가 택시를 타고 집에 간 뒤 다음날 차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맸다”고 회상했다. 참여연대에서 조 교육감과 함께 일했던 대학교수는 그를 “부지런하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는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난달 6일 CBS보도에서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조 교육감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 받는 곳, 인권과 민주주의가 탄압받는 자리에 늘 함께 했다”며 “학자와 시민운동가,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박원순 이 두 일벌레가 참여연대가 재벌개혁 소액주주운동이나 부패정치인 낙천낙선운동 등을 벌이며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에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 16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 개원식 및 제254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교육 해결사로 성공할까

조 교육감은 출마 직전까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다. 그는 민교협 의장으로서 좋은 교육감 후보를 찾으려 노력했는데 선뜻 나서는 후보가 없어 직접 출마한다며 ‘비평만 해온 학자’에서 현실문제 ‘해결사’로 변신하겠다며 출마선언 했다. 조 교육감은 대표적 진보 사회학자이자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 희망제작소 이사 등을 지낸 시민운동가로서는 명망이 높아 진보진영에서는 유명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형편없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차남 조성훈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 아버지로서의 후보자 자질 검증 차원에서 ‘대박’을 터뜨려 조 교육감 당선의 일등공신이랄 수만은 없다.

5월 27일~29일 <지디넷코리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는 고 후보에 3% 정도 뒤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고승덕 사태가 없었어도 자력 당선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당선이 확정된 날 새벽 조 교육감은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아무래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세월호 사건 이후 변화된 학부모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와 한국 교육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조 교육감은 복수 매체에서 보도한 당선 기자회견에서는 “서민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황폐화하고 있는데, 일반고 전성시대를 최우선적으로 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조 교육감이 공언한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의 바탕에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움은 같아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깔려 있다. 항간에는 ‘특목고는 성골, 자사고는 진골, 일반고는 육두품‘이란 말이 돌고 있다. 대체적으로 일반고 다니는 학생들 부모의 소득수준이 낮고 특목고나 자사고 다니는 학생들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다는 서울교육정보연구원의 조사자료(동아일보 6월20일 ’오피니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학교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일반고들은 점점 더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 교육감은 모든 자율형사립고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지난 4년 간 자사고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입시위주 교육,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켰으며 부유층 학생, 성적우수 학생을 독점해 일반고등학교의 수준을 저하시키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의 입시 성적이 좋게 나오는 까닭은 처음에 일반고보다 우수한 학생을 받았기에 나타난 결과, 곧 ‘선발효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선발효과의 반대말은 ‘학교효과’다. MB정부가 고교평준화의 획일성을 극복한다고 만든 자사고 중에는 학교효과가 거의 없거나 순전히 선발효과에 의존하는 학교들이 있다. 조 교육감은 이런 학교들에 대해 자사고 지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준에 미달되는 자사고나 희망하는 자사고에 대하여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전국 고등학교의 2.1%에 불과한 자사고가 일반고를 슬럼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사고가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을 모두 빼가서 일반고가 나빠진다는 주장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사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4일 서울 지역 자사고 교장들과 처음 만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반고로 전환을 원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정·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그의 장점이기도 한 전략적 포용성을 보여줬다.

그는 “자사고로서는 나름의 법적 범위 내에서 여러 좋은 제도를 운용해왔고 그동안 기여한 부분도 있다”며 “오늘은 자사고 정책 전반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자사고에 일차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리고 의견을 취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를 ‘서울형 중점학교’란 이름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일반고등학교 교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듣고 있다. ⓒ뉴시스

조 교육감이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지극히 협소한 시장사회다. 이런 사회를 살아오면서도 ‘조희연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는 칭찬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조 교육감이 지나온 행적을 살펴보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다양다종한 갈등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처럼 보인다. 조 교육감의 이 미덕은 살아온 시간 속에서 검증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진보학자가 되기까지 몸에 익힌 이로정연한 사고방식과 시민단체 활동에서 익힌 유연한 현장 감각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나가는 교육감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조 교육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두 아이를 외고에 보냈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가 외고에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뻤다. 둘째는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고교 3년 중 1년 반을 고시원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견하고 고마우면서도 도대체 ‘이게 뭔가’ 했다. 최고의 재능을 익혀야 할 시기에 어두운 고시원 골방에서 고교시절을 지내야 하는 이 왜곡된 구조가 뭔가?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이런 식의 경쟁이 맞는가?”

조 교육감의 마음은 한국 사회 일반 부모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1년 반을 어두컴컴한 고시원에 보낸 자식이 좋은 학교에 들어갔다고 좋아하는 이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조 교육감은 앞서 김진균 선생님, 이재정 총장, 박원순 변호사가 자기 평생의 세 가지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조희연 자신이 서울시 교육행정 수장으로서 네 번째 행운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 [시사포커스 / 김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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