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전략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모 아니면 도’식의 위험스런 도박과 같은 선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히 인정하듯,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은 최대 승부처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새누리당은 ‘나경원’이라는 간판급 스타를 내세웠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이라는 아직 중앙정치에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486 신예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웠다.

당내 관련 인사들은 모두가 부인하고 있지만,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6.4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을 배려하기 위해 거센 논란을 무릅쓰고 기동민 후보를 공천했다는 말이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간접적으로 당 지도부에 입김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수근거림도 있다.

만일 후자의 경우가 사실이라면, 현직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어 문제소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소위 팩트는 없다. 지금껏 정치권에 그런 일들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팩트가 있는 얘기도 아니다보니 더 이상 문제 제기하기란 어려운 얘기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런 사실 여부를 떠나서 기동민 후보가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바타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 또한, 이런 이미지를 더욱 부추기며 동작을 선거의 최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17일 동작을 현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기동민을 살려야 박원순을 살린다. 박원순의 새로운 변화와 가치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가, 여기서 멈추는가 하는 것은 동작에서 판가름 난다.”

그런데 이 발언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면, 박원순 시장을 궁지에 몰아넣는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현재 기동민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 크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동민 후보의 승리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물론, 이런 열세의 상황이기에 안철수 대표는 지지층의 보다 적극적인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박원순 시장을 끌어들였을 수 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과 기동민 후보의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전략을 넘어서서 안 대표는 마치 ‘기동민 후보가 당선되면 박원순 시장도 더 뜰 수 있으며, 기 후보가 낙선하면 박 시장도 함께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처럼 말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관련이 있어서도 안 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과도하게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그래놓고 혹시라도 기동민 후보가 패배하기라도 하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선거전략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 등 공천문제를 두고, 만일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곧바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의 박원순 시장 끌어들이기는 도가 지나쳐 보인다.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이 죽자는 심사가 아니라면, 왜 이렇게까지 위험천만한 도박을 거는 것인지. 선거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리 이전에 정치적 도의를 지키는 것부터가 먼저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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