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시장 1위 농심 세무조사 불똥 튈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한국 고유 음식인 김치와 찰떡궁합인 ‘라면’, 반백년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간편하고 맛도 있는 대표 먹거리 라면업계가 요즘 각종 잡음으로 소란스럽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국내 라면업계의 희비쌍곡선을 살펴보자.

국내 라면업계의 희비쌍곡선 그래프
해외매출 상승의 일등 공신 ‘신라면’
삼양식품 창업주 지난 10일 별세해

최근 농심의 세무조사로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라면업계는 세무조사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농심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나서 특별세무조사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세무조사로 농심에 꺼내든 칼날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농심, 악재 속 해외수출 1억 달러 돌파

농심이 상반기 수출 실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농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상승한 2억45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이러한 성장을 ‘업계 최초 수출 100개국 돌파’라는 경영 목표를 세우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물로 해석했다. 이러한 해외매출 상승의 일등 공신은 신라면으로 상반기 신라면 해외매출은 약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 최근 농심의 세무조사로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라면업계는 세무조사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뉴시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농심과 한국라면에 대한 구매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 된다”며 “특히 중국에서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농심아메리카도 생산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서부 LA를 중심으로 동부 뉴욕, 워싱턴, 토론토 등으로 판매 거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 결과 농심아메리카의 상반기 실적 6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농심은 신 해외시장에 발굴에 힘쓰고 있어 해외 시장개척팀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아프리카 니제르에 판매망을 새로 갖췄으며 방글라데시, 소말리아로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등 한국라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 받은 만큼, 올해 해외매출 5억6000만 달러 및 세계 100개국 수출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승승장구하는 농심은 특히 중국 시장이 시안과 충칭 등 서부 내륙지역과 온라인 판매 확대로 전년보다 매출이 40% 늘어난 9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심 라면의 중국 매출이 미국을 추월한 것은 처음으로 현지 한국 드라마 인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류열풍으로 일명 한국 앓이를 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들이 출출할 때 끓여먹는 라면의 맛은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 하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한국의 라면은 중국에 이어 북미에서는 LA를 중심으로 뉴욕, 워싱턴, 토론토 등으로 판매 거점을 넓혀 나가고 있다.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에 대한 수출도 강화해 올해 상반기 북미와 중남미 지역 수출은 전년보다 12% 성장한 6700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짜파구리, 농심에 득일까? 실일까?

지난해 2월 MBC 예능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 속 아이들이 먹었던 ‘짜파구리’로 농심 라면은 흥행돌풍을 이어갔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여 적당량의 스프로 맛을 내는 라면의 별칭으로 너구리의 매운 맛과 짜파게티 특유의 맛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같은 ‘짜파구리’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69.6%로 전년 동기 대비 7.4%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라면이 과도한 염분으로 건강에 나쁘다는 오래된 평과 함께 두 가지 라면의 스프를 섞어 끓인 ‘짜파구리’ 역시 건강에 좋을 리 없다는 평을 받으며 그 인기가 하향세를 타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높은 기저효과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경쟁업체들의 마케팅 강화도 농심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양식품이 27년간 지켰던 점유율 2위 자리를 빼앗은 오뚜기는 자리 굳히기를 위해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에 삼양식품도 2위 탈환에 나섰다.

‘불닭볶음면’으로 날개 짓하는 삼양식품

지난 4월 24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5%, 53.3% 뛴 821억 원, 46억 원으로 라면 3사 중 매출액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과 ‘한우특뿔면’ 등 고가 제품들의 인기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에 출시되어 지난해 말부터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월 6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큰컵 불닭볶음면의 경우 편의점에서 라면 제품 판매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단 6개월 만에 시들해진 ‘하얀국물 라면’과는 달리 ‘볶음면’의 기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팔도 ‘비빔면’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2배 가까이 커졌다. 팔도 ‘불낙볶음면’, 농심 ‘하모니’ 등 미투 제품들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대 수혜를 받은 업체는 단연 삼양식품이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혀가 느끼는 고통으로 스트레스 해소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나치면 위염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한국인들의 매운맛 사랑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다. 매워서 눈물과 콧물을 흘리게 하지만 당기는 매운 맛으로 사랑 받는 ‘불닭볶음면’의 인기 행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라면의 대부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 별세

우리나라 최초로 라면을 개발했던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1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고인은 강원도 철원 출신으로, 1961년 삼양식품을 창업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당시 우리나라 현실에서 식량 자급이 시급하다는 생각으로 당시 주무부처인 상공부를 설득해 5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일본에서 기계를 도입하고 동시에 기술 지원도 약속받았다.

▲ 1963년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출시 가격은 10원이었다. 고 전 명예회장은 1970년대 초 ‘대관령목장’을 열어 이 목장에서 키운 소로 소고기라면 스프를 만들었다. ⓒ삼양식품

이후 2년간의 노력 끝에 1963년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출시 가격은 10원이었다. 고 전 명예회장은 1970년대 초 ‘대관령목장’을 열어 이 목장에서 키운 소로 소고기라면 스프를 만들었다. 초기의 라면 맛은 일본 묘조 식품에서 기계를 도입해 그대로 제조하였기 때문에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면발의 끈기와 스프가 풍겨내는 기호의 차이도 현저히 달랐다.

삼양식품은 면의 끈기와 스프의 개선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꾸준한 연구 개발 끝에 품질 개선과 함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1965년 ‘곡면’, 1967년 ‘미니라면’에 이어 1969년부터는 본격적인 제품다양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1969년 7월 한국인의 식생활 습관에 맞는 담백한 ‘칼국수’는 단일 품목으로 그 해 매출의 1%를 차지할 만큼 대 히트를 쳤다.

삼양식품은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후 세계 60여 개 국가에 삼양라면을 수출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1989년 우지파동을 겪으며 직원들을 떠나보냈고 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법원에서 우지 사용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IMF 위기를 맞았다. 고 전 명예회장은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인장 당시 삼양식품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중윤 명예회장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탄생한 라면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내 시장 규모 약 2조원,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되며 음식 한류를 이끌고 있는 라면의 위상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올해로 51살을 맞은 라면, 쌀이 없어 라면을 먹는 시대는 지났다. ‘맛’이 있기에 변치 않은 인기를 누리며 인스턴트 염분덩어리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달고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먹거리는 라면뿐일 것이다.

건강도 챙기세요 ‘오뚜기 카레 라면’

라면은 간편하고 맛있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 인식이 크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듯 오뚜기는 건강까지 챙기는 카레라면을 출시했다. 카레가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림들이 알고 있다. 오뚜기의 카레라면이 첫 선을 보인 4월 이후 약 한 달 만에 판매량 50% 이상 성장했다. ‘카레라면’의 인기 비결은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잘 읽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라면은 간편하고 맛있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 인식이 크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듯 오뚜기는 건강까지 챙기는 카레라면을 출시했다. ⓒ뉴시스

카레가 번거롭게 비비거나 튀겨 먹는 재료란 틀에서 벗어나 오뚜기는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을 라면 면발에 넣었다. 강황에는 커큐민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 있어 항암·항산화 작용, 식욕 증진, 치매 예방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몸에 해롭다고 여겨졌던 라면이 강황으로 건강에도 좋은 식품으로 탈바꿈했다. 카레라면은 면발 자체에 강황 특유의 향이 묻어난다. 또한 강황 450㎎을 섞기 위해 면발을 기존 라면보다 굵고 납작하게 만들어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해졌다. 삼양을 제치고 라면시장의 2인자가 된 오뚜기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맵고 짠 라면은 식상하다. 이제는 건강도 챙기고 맛도 챙기는 라면이 각광받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지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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