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소리들이 모두 청아한 것만은 아닌다. 산짐승들은 표효하고, 새들은 노래하며, 곤충들은 운다. , 산짐승 소리는 무섭고, 새들의 지저귐은 상큼하다. 그러나 곤충들의 소리는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산짐승들은 제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그리고 새들이나 곤충들이 내는 소리는 대부분 짝을 부르는 소리다. 제 유전자들을 더 많이 퍼트리고 싶은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인데 암컷보다는 수컷들의 바람이 더 큰 것 같다.

 

주작산에는 영낙없이 성난 고양이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자주들리는데, 왠 고양이가 산에서 살까 했더니 동네 어르신 말씀이 구렁이 울음소리라고 하신다. 고라니는 꺼억 꺼억 운다. 한밤중에 여기 저기서 울어대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머리가 쭈볏 서게하는 오싹함을 준다.

그런데 아침이면 동트기도 전부터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산새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 후에도 한참동안 일부러 새들의 합창을 감상하기도 한다.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소리다.

초 가을밤에 듣는 여치와 쓰르라미와 같은 풀벌레 소리들은 때로는 감상에 젖게 하기도 하지만, 한 여름 태양이 작렬하는 한 낮에 개구리와 매미들이 한꺼번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면 정신이 혼미해 진다. 개구리도 매미처럼 암놈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음치다. 수놈이 목 밑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오그렸다 하면서 떼지어 노래를 부른다. 한 녀석이 꽥 꽥 꽥 꽥하면 온 동네 무논의 개구리들이 일제히 합창한다. 그러다가 뚝 그치고, 다시 한 녀석이 시작하면 서로서로 목청을 높여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매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한꺼번에 울어대면 경쟁력이 있기는 하는 건지....... 나도 함께 꽥 소리 지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정작 숲의 음악은 가슴으로 듣는 소리이다. 숲의 정적속에서 생명체들이 숨죽이며 가만가만 내는 자연의 언어는 들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신비감이다. 조그만 오솔길에 융단처럼 깔린 나뭇잎이 사각사각 밟히는 소리, 높고 낮음에 따라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연약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스쳐지나는 소리, 덤불숲 속에서 뭔가가 긴장하며 바스락 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들은 닫힌 귀를 열게한다.

 

이런 자연의 음향을 아름다운 음악곡으로 탄생시킨, 비발디의 사계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에서 냇물 흐르는 소리,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나뭇잎소리와 같은 자연묘사를 들으면 음악가들의 천재성에 경외감을 감출 수 없다.

비록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자연이 가진 음악성음악이 가진 자연성을 감각적으로 느낀다. 어쩌면 음악은 자연에서 태동되고 자연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미술과 문학과 같은 예술분야의 대부분이 숲과 자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숲으로 가자. 어지러워진 인간의 마음은 숲 속의 공기로 인하여 진정된다. 숲에 들어가 나무 사이사이를 통과하여 전달되어 오는 한 줄기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때, 세상의 혼잡함을 잊게 된다. 그리고 잊고 있던 내 속의 나를 만나게 되고, 하늘까지 솟아 올라간 나무줄기와 잎사이에서 쏟아지는 빛에서 신의 존재와 은총을 느낄 수 있다. 쏟아지는 빛은 마치 폭포처럼 음악이 되고, 내 영혼 속에서 신을 찬미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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