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같은 위험에 노출

‘제2의 진공청소기’ 이호(22·울산 현대)가 부상암초에 걸렸다. 아드보카트호의 해외전지훈련 마지막 경기였던 시리아전에서 입은 종아리 부상으로 지난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 결장한 이호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에는 1주일가량 쉬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단결과 양쪽 종아리 근육이 모두 파열돼 2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막을 올리는 K-리그의 초반 레이스에도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김정우가 빠진 공백은 그럭저럭 대안을 마련했지만 (이)호의 부상은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걱정이다. 이호가 빠진 자리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또 “팀의 핵심 공격수인 이천수도 전지훈련 기간동안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면담을 통해 수퍼컵 출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들 뿐만 아니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던 많은 태극전사들이 똑같은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점이다. 이호 외에도 조원희(수원), 정경호(광주) 등이 각각 왼쪽 옆구리 근육과 발등, 허벅지에 부상을 안은 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장기간의 해외전지훈련이 체력훈련을 생략한 채 곧바로 실전 위주로 진행되면서 체력소모가 극심했던 데다 살벌한 팀 내 포지션 경쟁으로 사소한 부상을 감추고 훈련과 경기를 강행했던 것이 프로시즌 개막을 앞두고 줄 부상에 사로잡힌 결정적인 원인이다. 이에 따라 부상 방지와 체력 및 컨디션 유지가 소속팀으로 복귀한 태극전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수원 차범근 감독은 지난달 28일 “대표선수들이 소집 기간 동안 체력훈련보다 실전 위주의 훈련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K-리그 경기는 매주 2경기씩 벌어진다. 체력이 안 돼 있으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직전 가진 중국전에서 다쳐 본선에서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황선홍 코치 역시 같은 지적을 했다. 충분한 휴식 없이 곧바로 정규리그에 돌입하게 될 경우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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