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카드 조작...심지어 마약 복용시키기도

사기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기도박 유형은 조직적인 도박단은 물론 특급 호텔 카지노가 고객을 상대로 저지르는 경우까지 일어났다.

지난 7월 1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부산 지역은 물론 전국의 호스트바에 위장 취업해 종업원을 상대로 전문 사기도박을 벌여 거액을 갈취한 혐의(도박 등)로 김모(27) 씨 등 이른바 ‘타짜’ 두 명을 구속했다. 아울러 공범 네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 최근 들어 사기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사기도박의 유형도 고전적인 ‘밑장빼기’에서 벗어나 특수 형광물질을 화투나 카드 뒷면에 칠하거나 몰래카메라를 동원하기도 한다. 심지어 마약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발생, 자칫 돈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호스트바 종업원 상대로 사기도박 저질러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 일당은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여 동안 부산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한 호스트바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블랙잭·바둑이 등 도박판을 벌이는 과정에서 속임수 기술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약 4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호스트바 종업원을 상대로 사기도박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으로 위장 취업했다. 이들 일당은 호스트바 종업원들과 친분을 쌓은 다음 본격적으로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이때 김 씨 등 일당은 서로 각자 역할을 분담해 미리 정한 음성신호와 수신호를 치밀하게 주고받으며 이른바 밑장빼기 등 기술을 구사, 사기 도박판을 벌여 거액을 갈취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사기도박 수법은 갈수록 정교하고 기상천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밖에도 피해자에게 마약을 먹인 뒤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이 일망타진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부산 중부경찰서는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여성에게 마약을 탄 음료를 몰래 먹여 사기도박으로 거액을 갈취한 혐의(사기 등)로 사기도박단 총책 이모(41) 씨 등 두 명을 구속했다. 아울러 경찰은 사기도박에 가담한 정모(49) 씨 등 두 명에 대해 사전 영장을 신청했으며 일당 김모(52) 씨 등 일곱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서로 공모해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자산가 박모(여·38) 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지난 2월 28일부터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한 모텔 도박장으로 유인, 4개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기 포커 도박으로 약 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박 씨에게 필로폰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해 정신을 혼란하게 한 다음 속임수를 써서 돈을 딴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본인이 필로폰을 먹은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김 씨 등 일당이 마련한 사기도박판에 총 여덟 차례 참여했다.

박 씨는 이 와중에 심지어 하루 사이에 수천만 원~1억 원이나 잃기도 했다. 이 씨 등은 박 씨가 마약으로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자기들에게는 이기는 패를, 박 씨에게는 나쁜 패를 돌리는 이른바 밑장빼기 등의 수법을 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도박으로 수억 원을 잃은 박 씨는 자살을 시도했으며, 이 사실을 인지한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담당 경찰서인 중부경찰서는 박 씨를 조사하며 사기도박에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박 씨에게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마약을 이용한 사기도박단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수사력을 집중해 이들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데 이르렀다.

▲ 일부 사기도박단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도박판에서 돈을 따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 이를 실행, 도박판에 끼 일반인들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뉴시스

몰래카메라 이용 치밀한 사기도박 벌이기도

또한 지난 5월 19일에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서로 역할을 분담한 뒤 사기도박을 과감하게 벌인 도박피의자 두 명이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울진경찰서는 입고 있던 점퍼 속에 몰래카메라를 점퍼 속에 착용하고 이른바 ‘도리짓고땡’이라는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최모(56) 씨와 김모(49) 씨 등 두 명에 대해 사기 및 도박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 일당은 지난 5월 17일 오후 8시 경 울진군 원남면에 소재한 한 상점에서 특수카메라를 이용, 속칭 ‘도리짓고땡’ 사기도박을 벌여 판돈 58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도박에 직접 참여하는 ‘선수’ 김 씨와 특수카메라로 패를 보고 선수에게 알려주는 ‘모니터’ 최 씨 등 서로 역할을 치밀하게 나눠 사기도박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일당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공범으로부터 비밀표시가 된 목화투 20매를 미리 건네받은 뒤, ‘모니터’ 최 씨가 입고 있던 점퍼 속에 숨겨둔 소형카메라와 목화투의 비밀표시를 인식할 수 있는 기계를 적극 활용했다.

이 방법을 통해 김 씨 등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배부되는 화투패의 숫자를 전부 알아낸 뒤 도박판에서 함께 도박에 참여하고 있던 김 씨가 은밀한 손짓으로 이를 알려주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들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사기도박을 벌여 총 58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최근 대구의 특급호텔 카지노업체가 무려 25억 원대에 이르는 사기도박판을 벌이다 검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합법적인 특급호텔 카지노가 사기도박으로 적발되기는 이번에 처음이라 그만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울산지검 형사2부는 내·외국인 고객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사기 등)로 외국인전용 A 카지노 회장 김모(53) 씨와 경영관리이사 박모(51) 씨 등 네 명을 구속했다. 이와 아울러 운영진과 딜러 등 아홉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속칭 ‘블랙 딜러’를 고용한 뒤 특수하게 제작한 카드분배기 등 온갖 승부 조작 장치를 이용해 고객들로부터 총 25억1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 딜러’란 순서가 조작된 카드를 이용해 고객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하는 딜러를 의미한다.

이들은 공인된 외국 소재 유명 카드 제조사에서 기계를 이용해 무작위로 섞어둔 카드를 밀봉한 이른바 ‘프리셔플드 카드’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외국 유명 카드회사 이름이 인쇄된 포장지를 사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도박판이 고객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경우 원래 순서가 아닌 다음 장을 빼서 바꿔치기하는 밑장빼기 수법을 통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 GKL 강남점 카지노 측은 중국인 사기도박단이 내부 직원과 공모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거액을 땄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사기도박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해당 중국인들은 카지노 측이 돈을 주지 않는다며 카지노 측을 상대로 맞고소했다. ⓒ뉴시스

카지노 업체가 사기도박 가담 ‘충격’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는 외국인 고객 세 명을 대상으로 순서가 조작된 카드세트를 이용해 사기도박 게임을 했다.

이들은 블랙 딜러를 통해 중간 중간 밑장빼기를 하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했으며, 고객들로부터 1000만 원에서부터 23억3000만 원까지 모두 25억1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아울러 검찰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신용카드로 칩을 구입하려는 고객을 상대로 카지노가 아닌 특급호텔 명의를 사용해 결제하는 방법으로 ‘카드깡’을 통해 총 16억 원 상당을 거래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로 카지노 판촉본부장 박모(48) 씨·호텔 경리부장 등 두 명을 약식기소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카지노는 그동안 내국인 불법 출입 등 혐의로 수차례 단속된 바 있지만, 중간 간부들이 윗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바람에 범행 전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며 “이번 수사는 국내 최초로 합법적인 카지노에서 자행된 사기도박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카지노 측은 “이번에 검찰이 구속기소한 김모 회장은 카지노와 무관한 전 사주이며 이번 사건은 몇 년 전부터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서 상대측의 제보로 시작됐다”며 “검찰 측의 수사 결과는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주장해 법정에서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이처럼 호텔 카지노와 사기도박이 서로 연관된 사건은 또 있다. 제주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중국인이 무려 11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땄지만 카지노 측이 “사기도박을 저지른 것”이라며 판돈을 지급하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서로 맞고소를 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지난 6월 30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경 서귀포시 모 호텔 카지노에서 11억여 원을 딴 중국인 려모(49)씨 등 4명이 같은 달 15일 카지노를 상대로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본인들이 딴 돈을 달라는 민사소송도 냈다.

중국인 려 씨 등 중국인 네 명은 바카라게임을 해 11억 원의 돈을 따는 횡재를 만끽했다. 하지만 려 씨 등은 “카지노 측이 딴 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사기도박으로 고발하겠다는 등 자신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려 씨 등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5월 중순 경 제주공항 내에서 “카지노 측이 돈을 주지 않는다. 카지노에 가지 말라”는 내용이 적인 피켓을 들고 시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카지노 측은 려 씨 등 중국인을 상대로 사기도박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한 상황이다.

카지노 측은 “이들이 카지노 내부 직원과 공모해 두 시간 만에 거액을 땄다”며 이들 중국인이 교묘한 수법을 통해 사기도박을 저질렀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렇지만 카지노 측은 중국인과 내통한 내부 직원의 정체는 누구인지, 또한 어떤 방법으로 사기도박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극구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어 그 속사정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양측을 상대로 조사해 7월 중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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