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작산 도라지꽃

생명들의 효혜능력과 방어능력

집에서 가축을 키우다 보면 종종 새끼를 출산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 돼지 · 염소 할 것 없이 모두 어미는 제 피와 살을 나누어 태중의 새끼를 양육하고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은 세상에 나온 지 몇 시간도 안돼서 걷는다.

심지어 물고기나 병아리는 알에서 깨자마자 수영을 하고 걸음마를 한다. 반면, 육식동물인 사자나 호랑이의 갓 난 새끼들은 눈도 못 뜨는 걸 보면, 순하고 약한 동물은 항상 맹수들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그런 능력을 타고 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동물들뿐만 아니라 말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들도 자기방어 능력이 있다. 텃밭에 당근과 파를 함께 키우면, 파의 냄새가 당근에 기생하는 파리를 쫒아버린다. 파 가운데 함께 심은 당근은 나방이 유충을 낳기 위해 파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낸다. 질소를 소비하는 식물들과 이 식물의 성장을 돕는 질소를 생산하는 콩과 식물은 서로 공생관계를 이룰 수 있다.

일부 식물 들은 뿌리를 깊게 내려 토양에 산소를 공급하고 표층으로 자양분을 공급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다른 종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식물 간에도 분비물이나 냄새 등이 다른 식물들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토양 미생물 집단에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뿌리와 잎 혹은 꽃 주변에 사는 곤충들의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비티균(Bacillus Thuringiensis)은 소나무 행렬모충과 다른 유충들을 죽이면서도 식물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한다.

살충제는 익충과 해충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죽이지만, 이렇듯 교감하는 식물들 간 또는 식물과 곤충과의 방어능력과 호혜행위를 연구한다면 살충제에 의지하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이용한 해충방제는 관련해충들에게 내성이나 저항력을 생기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야생 동·식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환경에 동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과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천적들을 활용하는 방법과 같은 천연 병충해 방제에 관한 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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