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롯데측 추진, 공군·송파구 반대 입장 팽팽

서울 시내 국내 최대 위락지구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도시건축 공동위원회는 지난 23일 112층 높이의 잠실 롯데타워 건축을 허가한 것. 그러나 이는 롯데, 서울시, 공군, 송파구, 시민단체 등 각계의 첨예한 입장이 맞물려 있어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잠실 제2 롯데월드는 서울시 입장에서 충청의 행정도시 건설 이후 일순 공백상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롯데측은 신격호 현 롯데회장의 숙원사업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롯데를 이끌만한 경영 역량을 딱히 증명해 내지 못한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 역량을 증명하면서 황제로 화려하게 등극하기 위한 프로잭트의 하나로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롯데측은 이 곳의 건축에 모든 역량을 쏟아붇고 있는 모양세다. 반면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두 세력간 기싸움이 벌어지는 틈바구니 속에서 최근 법조브로커로 악명을 떨친 윤상림씨도 개입해 일정부분의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포함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112층 높이 제2 롯데월드 건축 허가 획득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22일 잠실에 112층 높이의 건축물을 짓는 ‘제2 롯데월드 세부개발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112층 규모의 제2롯데가 계획대로 건립되면 국내 최고층 건물이 된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상 112층, 지하 5층에 층고 555m의 국내 최고층 건축물로 신축을 허용했다. 이는 도로변 사선 제한 등 각종 건축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이 건축물을 올리는 것이다. 용적률은 당초 롯데측이 ‘기준용적률 600% 이하, 인센티브 등에 따른 허용용적률 800% 이하’를 제시했으나, 이날 심의 과정에서 ‘기준용적률 400% 이하, 허용용적률 600% 이하’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는 송파구 신천동 29의 사업부지 2만6550평에 연면적 16만여평의 매머드급 규모로 건축돼, 호텔, 백화점, 사무실, 극장, 위락시설 등의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건물 디자인은 한국적 미를 살리기 위해 국보 제31호인 경주 첨성대안과 장미꽃 모양을 형상화한 안 등 2가지 안이 제시됐으며, 최종 결정은 건축심의 과정에서 이뤄진다. 이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롯데월드 측은 송파구의 건축허가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에 본격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잠실의 롯데왕국은 2010년경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상림 개입 의혹, 당혹해 하는 롯데 제2 롯데월드는 계획 직후부터 각계의 논란과 반대에 부딧쳐 험난한 여정을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롯데측은 시민단체들과 정치권, 법조계, 기타 행정부처들에게 잠실 롯데월드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롯데측이 법조 브로커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윤상림씨를 통해 로비를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측 한 관계자는 윤상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윤씨의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 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귀띔했다. 특수2부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물산 대표 강광언씨를 여러 차례 출석시켜 윤씨에게 로비자금을 제공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그간 공군이 비행안전 상 문제점 등을 이유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자 롯데측이 윤씨를 통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롯데 측은 윤씨에게 “로비를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이 2004년 2월부터 작년 3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16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 임씨를 2차례 이상 소환해 돈의 명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안 통과 후 잠실 주변 부동산 가격 급등현상 반면 제2 롯데월드가 서울시 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자 송파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잠실에서 중계업소를 운영하는 현역 부동산 업자는 “매물이 없어요. 집주인들이 얼마를 부를 지 걱정입니다”라며 걱정섞인 한숨을 토로하고 있다. 이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롯데월드 건이 시 위원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23일부터 잠실·신천동 등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일제히 매물을 회수하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 이 중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실 주공5단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송파공인중계사무소의 최명섭 사장은 “제2롯데월드가 112층으로 통과되자 주민들의 숙원이던 상업지역 용도변경이 좀 더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라며 “매도자들이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대부분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거래가 뜸했던 인근 신천동 장미아파트 단지도 꿈틀거릴 조짐이다. 이화공인중개사 정현천 사장은 “아직 호가는 그대로지만 오전부터 전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잠실 저밀도 분양권도 역시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뛰고 있다.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교통난 등 주거여건이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4단지 33평형의 경우 이미 10억원을 넘어섰다. 삼전동 늘봄 부동산 김상열 실장은 “제2 롯데월드를 계기로 잠실 일대가 한층 주목받게 됐다”며 “재건축 단지의 입주도 다가오고 있어 가격이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제2 롯데월드가 장기적으로 삼전동 등 단독주택지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중 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아직 공군의 반대가 걸림돌로 남아 있는 게 문제지만 제 2롯데월드가 성사된다면 아파트 뿐 아니라 주변 상가, 사무실, 토지 등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 반대 여전히 극렬, 실제 건축여부는 미지수 그러나 제2롯데월드의 112층짜리 건물이 잠실에 실제로 세워질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공군의 반대가 워낙 극렬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112층 건물 신축에 대한 반대 입장이 서울시 건설공동위에서 사실상 무시되자 행정조정과 계속된 여론형성 등을 통해 끝까지 막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 공군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지는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 구역에 포함돼 자칫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비행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실상 건물 신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항공기의 계기비행은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할 때 조종사가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하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은 제2 롯데월드 사업신청 이듬해인 1989년부터 계기비행 접근방향 변경과 활주로 방향 조정, 활주로를 남쪽으로 확장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사고 잠재요인의 증가 등으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면서 “현행 규정과 공군의 조사를 종합할 때 제2 롯데월드 건설 예정부지에는 203m 높이의 건물만 신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군의 가장 큰 우려는 112층 건축물에서 직선거리 5.7㎞에 인접한 성남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자칫하면 제2롯데월드 빌딩에 부딪혀 미국의 9·11테러와 비슷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공군의 주장이다. 공군은 기자회견에서 “제2롯데월드 부지는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상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구역’에 포함돼 203m를 넘는 높이의 건물을 지을 경우 자칫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계기비행이란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할 때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하는 것으로, 서울공항의 경우 연간 132일 가량 계기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공군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몰라도 악천후에 항공기 결함 등 불의의 기계 오작동이 겹칠 경우 기체가 초고층 건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선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자고 롯데측과 서울시에 제안했다. 공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군 최후의 양심”이라며 “다른 국가의 사례를 조사해 비행안전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는 공군의 주장대로라면 초고층 건축물로서의 의미가 사라지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롯데 측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부지는 현행 군용항공기지법이 고도를 제한하고 있는 비행안전구역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고 공군측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FAA 조항에 대해서도 약간의 계기접근 절차를 변경한다면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사업 강행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도 “제2 롯데월드 세부개발계획 변경안 결정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일축했다. 공군은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서울공항 비행항로에 112층 규모의 롯데월드 건설계획을 승인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공군본부 전략기획처장 최차규 준장은 “제2롯데월드 계획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의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행정조정협의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서 그 다음 조치를 하면서 안전보장을 받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계기비행 접근 최종경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203m까지가 신축 가능한 고도”라며 “롯데측이 계획하고 있는 555m는 절대로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군 관계자는 “만약 행정조정협의가 무산된다면 법원에 건설계획에 대한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중재가 실패할 경우 ‘제2 롯데월드’ 건설계획은 법정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22일 롯데측이 정식으로 사업승인을 얻어냈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할 경우 공군은 제지할 법적 권한이 없다. 이에 맞서 공군은 뒤늦게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계기비행이란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할 때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하는 것으로, 서울공항의 경우 연간 132일 가량 계기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공군측은 성남 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의 직선거리가 5.7㎞ 정도로 가까워, 비행기가 이착륙하면서 자칫하면 빌딩에 부딪혀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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