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단체 등 주도권 다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사회에 헌납한 8천억원이 아직 그 행방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8일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에 출연한 4,500억원과 새로 출연한 사재 3,5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며 삼성측은 그 용처와 집행에 일절 관여치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 가족이 추가 헌납키로 한 3,500억원은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씨의 애버랜드 편법증여로 인한 평가차익 분 1,300억원을 출연하고 이재용 상무의 800억원, 이부진씨와 이서현씨가 500억원씩을 나눠 부담키로 했다. 또 나머지 2,200억원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이윤형씨의 유산이 포함된다. 지난 7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 여론과 시민단체들의 비판들을 접하면서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국민들의 기대와 뜻에 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됐다”며 “팔천억원의 집행에 삼성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 조건 없이 헌납하는 만큼 돈의 용처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논의해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이날을 기점으로 삼성은 삼성SDS의 전환사체에 대한 443억원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취하키로 했으며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철회했다. ▲삼성 복지재단, 문의전화 빈발 이같은 발표가 나가자 삼성에는 자신을 도와달라는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8,000억원 헌납안 발표 후 삼성 사회봉사단에는 “어려우니 제발 도와달라”는 하소연에서부터 “돈 주지 않으면 재미없다”는 협박까지 하루 100여통 이상의 민원 전화가 오고 있다. 이에 대해 봉사단의 황정은 부장은 “삼성이 내놓겠다니 눈먼 돈으로 착각하는 국민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돈의 집행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전화해도 소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봉사단에 걸려오는 민원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동복지시설인데 낡은 난방시설을 교체해 달라" "동네에 노인복지시설을 세워달라"는 민원에서부터 "집 사는 데 돈좀 보태 달라" "파산좀 막아 달라" “딸의 대학 입학금 좀 내 달라” “아들 컴퓨터 좀 사 달라” “개척교회 건설 기금좀 내 달라”는 등 말도 되지 않는 개인청탁까지 다양하다. 한편 귀담아 둘 내용에는 “삼성 레미안의 탁아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거나 “노인복지사업을 위해 노인정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등 나름대로 타당성 있는 제안들도 많이 있다. ▲팔천억원 선점 위한 시민단체 아귀다툼 이에 따라 삼성은 팔천억원의 용처를 주관해 줄 관리자의 모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현재 삼성에는 참여연대, 보건복지부, 기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 집행기관 선정을 문의해 오고는 있으나 말 그대로 탐색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 교육부, 공익재단 등에서 간간히 문의전화가 오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하지 못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삼성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맞길 것인지 아니면 공익성이 강한 사회기관에 맡길지 아직도 고민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오해의 소지가 발생, 출현하지 안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단체들과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출연금을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나눠갖기보다는 사회공헌 정보센터 등 한 단체가 맞아서 사회 양극화 현상 해결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팔천억원이 그냥 쇼맨십이 아니라는 것이 점차 확인되자 각 사회단체들이 서로 쓰겠다는 제안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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