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vs 진보교육감 ‘전교조’ 갈등 부글부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사실상 ‘불법 노조’가 됐다. 법원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노조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단체교섭권도 잃게 되는 등 활동에 크게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같은 판결에 전교조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나섰다. 한편, 진보 교육감들이 전교조를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부와 교육감 사이에 냉기가 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전락하자, 전교조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 조항은 근로자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해직 교원 9명은 부당해고 교원이 아니라 형사상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당연 퇴직됐거나 해임처분 소송을 제기해 패소 판결로 확정된 자이므로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통보가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됐던 고용부의 법외 노조 통보 처분에 효력이 발생해 전교조는 사실상 ‘불법 노조’가 됐다. 고용부와 전교조의 갈등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용부는 해직 교사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전교조 규약(부척 5조)를 시정하라고 명령했고, 2013년 재차 촉구했지만 전교조가 해당 조항을 고치지 않자 교원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전임자 72명은 일선 학교로 복귀해야 하며, 전교조는 노조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단체교섭권도 잃게 된다. 또 제공 받던 사무실 임대비와 행사비 등 지원금도 끊길 수 있으며, 조합비의 원친징수는 7월부터 중단 된다. 아직 항소 절차가 남아있다는 것이 위안거리인 셈이다.

◆쐐기 박는 교육부
교육부는 19일 나승일 차관 주재로 17개 시ㆍ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소집,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판결된 만큼 휴직사유가 없어져 전교조 전임자 72명을 내달 3일까지 복귀토록 명령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교육부는 만일 전교조 전임자가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에 의거, 직권면직 또는 징계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엄중 경고키도 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개인적인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30일 이내에 복직신고를 해야 하지만 법원의 판결 등 특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임명권자가 복직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전교조 전임자 72명이 기한 내 복귀를 거부할 경우 직권면직이나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전임자 휴직으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를 해고할 때에는 30일 이상의 사전 예고 기간을 둬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전교조와 진행 중인 단체교섭을 중지하고,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이라도 지난해 10월24일 이후부터는 노조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해 즉시 해지를 통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단체협약에 의거한 각종 행사지원금 지원이 중단되고, 단체협약상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한 전교조 조합원들은 자격을 잃게 된다. 교육청이 임대료를 지불한 전교조 사무실이나 전교조 지부에 무상 지원한 사무실에 대해서도 비울 것을 조치했다. 다만 보조금을 교부한 교육청의 경우 교부결정 취소나 회수를 한 달 이내에 하도록 했다. 전교조가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 명목으로 걷어온 원천징수도 7월부터 금지토록 했다.

◆전교조, 격렬한 저항
전교조는 이날 재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즉시 1심 판결에 항소하고 법외 노조 통보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 있으므로 교원노조법 개정 활동에도 본격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법원의 1심 판결 직후 △법외노조 철회·교원노조법 개정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철회 △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등 위원장 총력대응 지침 4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또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해직 교사가 전체 조합원 6만여 명 중 9명, 선출직 1만2천788명 중 1명에 불과해 이들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해도 노조의 자주성이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번 판결은 부당하게 해직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했을 뿐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는 23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는 헌법상 노조이고 엄연한 교원단체이자 실체가 분명한 교육민주단체”라며 정부에 대한 ‘4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실 퇴거와 예산 지원 중단 등 교육부의 나머지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사무실 등 편의 제공은 퇴직교장 모임이나 퇴직 교육공무원 모임 등을 위해서도 제공되고 있는데 현직 교사들의 단체에 편의제공을 금지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예산 지원도 대부분 학생 관련 활동이나 교원직무연수 등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중단해야 할 어떠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소속 조합원들은 27일 오후 3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서울역에 집결한 뒤 청와대-정부종합청사 항의 방문 등으로 투쟁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투쟁에 빠지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과 후 조퇴를 신청하고 지역 교육청 항의 방문, 지역선전전, 분회총회 등에 참여토록 했다.

전교조의 대규모 연가투쟁은 2001년 7차 교육과정 폐지 투쟁에 이어 2003년 NEIS 투쟁, 2006년 교원평가제 저지 투쟁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전교조는 조퇴투쟁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정훈 위원장은 “교육법상 개인 사유에 의한 연가와 병가 등을 낼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며 “조퇴투쟁은 합법적인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권이다. 교육부가 미리부터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장과 함께 법외노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항소심 판결 때까지 전교조의 법외노조 효력은 다시 정지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입장이고 이를 두고 다투는 동안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노조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항소 및 가처분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 지난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민원실에서 ‘법외노조’ 판결 항소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이영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뉴시스

◆교육계 갈등 깊어지나
한편, 전교조를 구하기 위한 투쟁에 나선 진보 교육단체들과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번 판결이 불러온 갈등이 교육계로 번져가고 있는 기류가 감지됐다. 민주교육과 전교조지키기전국행동은 20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군사독재정권 시대로의 회귀”라며 “전교조를 법적노조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형식적이고 작은 법적 하자가 있는 노조를 고용노동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법외로 몰아놓고 해산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며 “노동자의 자주권과 결사권을 침해하는 반노조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설립취소를 해결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전교조 탄압을 중단하고 전교조를 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교총은 이날 이사회에서 학교 현장을 혼란시키는 교육감에 대해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고 13개 시·도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을 강력히 규탄했다. 교총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전교조를 교원단체로서 존중하겠다고 했다”며 “임기 시작도 전에 집단 행위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현장의 안정화에 앞장서야 할 교육감들이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갈등과 혼란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왜곡된 인식과 행위, 학교 현장의 혼란 등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바통’은 교육감에게로?
교총이 교육감을 향해 날을 세운 이유는 제주를 포함 서울, 인천, 경기, 충남, 충북, 세종, 경남, 부산 등 13곳의 진보교육감 당선인들이 19일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선고재판을 앞두고 서울행정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은 탄원서를 통해 재판부에 법외노조 철회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경기, 강원, 전북, 제주교육청은 노조 전임자 복귀명령을 아직(25일 기준) 내리지 않고 있다. 이들 교육청은 전교조 전임자 복귀명령 여부를 놓고 교육감 당선인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까지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학교복귀 명령을 내린 시도교육청은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광주 등 7개 시교육청과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전남 등 5개 도교육청 등 모두 12곳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전임자 복직 명령 등 후속조치를 유보하도록 교육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공무원법 상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당사자가 30일 안에 신고하게 돼 있다. 전교조 전임자들이 신고해야 하는데 다음달 3일까지 복직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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