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국민연금의 미래... 외면하는 정치권

얼마 전 서울 봉천동에서 학습지 교사로 생활을 연맹해온 한 부부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학습지 교사로 일해 온 부부 중 남편이 그만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 비정규직의 부당함에 한참 시위에 돌입하는데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미납된 연금고지서가 떡 하니 날아온 것이다. 생활수준이 낮아 생계비 하기도 빠듯한 이들 부부에게 매달 날라오는 국민연금 고지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은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큰 고통만 줄 뿐이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국민연금의 본래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것은 참으로 그럴 듯 얘기면서도 정부의 과장된 국민연금 홍보 속에는 허점이 가득해 갈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가고 있다. ▶구조적 문제로 인한 취약한 문제점들 *장기적 재정이 불안정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완전노령연금의 지급(20년 가입)이 개시되는 2008년 까지는 연금이 누적될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에는 연급급여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여 2020년에는 당해연도 재정수지적자가 시작되고 2031년에는 적립금액이 완전히 소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재정불안감은 ‘저 부담 고 급여’ 체제와 인구구조의 노령화에 기인한 것이다. 현재는 노령 인구율이 그리 높지 않으나 노령화 속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추긴다. 즉, 66세 이상의 노령인구 비율이 7%에서 14%로 되는 기간이 영국은 45년, 프랑스는 115년, 서독은 45년, 스웨덴은 85년이 걸리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22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체계적인 계산없이 무조건 큰 혜택이 온다고 과대하게 홍보한 정부의 양치기 소년같은 행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적정 연금보험료, 연금 급여, 연금 수급 개시 연령 등에 대한 보안적 사안의 필요성을 알고 기획단에서는 급여율을 7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과 연금 수급연령을 2013년 이후 5년마다 1세씩 조정하여 2033년에 65세가 되도록 하는 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단일 국민연금체계를 기초국민연금과 소득비례 국민연금의 이층체계로 분리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연령 수급단계 조정안을 제외하고는 1998년 법개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통과된 법에 따르면 기존의 단일 연금 체계화에서 급여율을 60%로 조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즉 재정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안이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재정위기의 불씨는 시퍼렇게 살아있다. *과다한 재분배 기능 국민연금제도의 구조상 각출료에 비해 급여수준이 높은 것도 문제이다. 40년 가입한 평균소득자의 경우 국민연금 급여의 소득 대체율은 70%로서 대부분의 서구 복지국가의 평균급여수준 47%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또한, 현재 60세로 규정되어 있는 국민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이 서구 국가들에 비해 빠른 편이어서 퇴직의 촉진, 연금재정 악화 등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 구조 하에서 세대간 소득재분배측면과 소득계층간 소득재분배측면 모두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금제도 설계 시 가입자가 근로기간 중에 납부한 연금 각출료의 현재가치보다 퇴직 후 받게 될 기대연금 급여액의 현재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소득신고 명확한 잣대없다. 또한 소득활동을 형태별로 다섯 개로 분류하여 신고소득을 평가하게끔 하였으나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어려운 현실에서 신고소득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기에 정확한 잣대가 없으므로 국민연금 도시지역 가입자의 신고소득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충남 온양의 백모씨는 4년간의 국민연금 270만원 상당의 체납으로 카드 매출금과 자동차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최저생계비도 안되는데 국민연금을 내는 것이 무리이건만 유동성없는 행정으로 백씨의 재산을 압류한 것이다. 공단 측의 영세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희미한 상태에서 강제수단인 압류를 남발하는 행위는 국민연금의 취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시급한 대책 필요, 대책 미루는 정치권 과연 정부는 현행의 국민연금의 설계를 진지하게 고려하였을까. 이해찬 국무총리도 국민을 속였다고 한 발언은 애초부터 부풀린 얘기였음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본보기나 보이는 듯 연금을 체납한 사실을 드러냈다. 국민들의 분노만 돋구는 국민연금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유권자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서로 손대려 하지 않는다. 국민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혜롭게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고 국민들의 납득을 끌어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취지와 운영을 생각해내야 할 것이 정치권의 할 일 이다. 특히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층은 젊은층일수록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제도에 대한 미래가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지난해 말 연령대별 지역가입자의 국민연금 미납률을 보면 3,40대에 비해 20대 젊은 층의 미납율이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정경배 복지경제 연구원장은 “연금개혁은 속성상 인기가 없는데 그나마 수급자가 많아지면 손대기가 어려워진다” 면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당파적 이해를 떠나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더 내고 덜 받는’안을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만을 고집하며 지난 16회 국회부터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여당안은 연금 사각지대를 해결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의 안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각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10월 구성된 국회 국민연금 특위도 활동 마감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게다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원 파악이나 공무원 연금개혁처럼 이익집단의 반발이 우려되는 부분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아 미흡하기 짝이 없는 해결안이라고 보여 진다. 국민들의 괴로운 몸부림을 직시하고 ‘국민연금’이 ‘국민을 위한 연금’이 되는 기본적 취지를 충족시킨 탄탄한 개혁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이상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